"아빠가 학교로 간다" 덕장초 별빛도서관 '대박'
가족 신청 쇄도해 추첨…가을엔 '달빛도서관'
(의왕=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한 초등학생 학부모가 23일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렸다.
"우리 남편이 오늘 저녁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아이한테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지만 학교 교실도 가본 적 없고, 운동회까지 가본 적 없는, 도서관은 더더욱 가본 적이 없는, 학교에 무관심한 전형적인 아빠…그런 남편이 오늘 학교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학교로 간다…아이들은 매일 설렌다. 드디어 오늘, 아이가 '엄마, 오늘 일 끝나고 몇 시에 집에 오냐'고 묻는다. 나도 설렌다."
의왕 덕장초등학교가 이달 20∼23일 나흘간 마련한 '별빛도서관' 가족 프로그램이 이처럼 예상 밖 호응으로 대박이 났다.
하루 열 가족씩 스무 가족을 신청받아 진행하려다 여섯 배가 넘는 127 가족이 신청하는 바람에 일정을 이틀 늘리고 추첨을 했다.
전교생 500여명의 아담한 전원형 학교에선 드문 일이었다. 추첨을 진행하던 날, 탈락한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별빛도서관의 성공 요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교를 저녁에 개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프로그램 기획은 이달 초 '1학기 교육과정 반성회' 과정에서 나왔다. 학부모와 학생 설문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아이디어는 사서교사가 냈고, 교장이 결단을 내렸다. 학부모 퇴근 이후 저녁 시간을 잡아 학교 도서관을 개방하자는 것이었다. 행사를 위해 사서교사는 물론 관리자, 교사, 행정실 직원, 학부모 명예사서 2명 등 하루 6명이 추가 근무를 자처했다.
150㎡ 정도의 작은 도서관 공간이지만 3시간짜리 프로그램은 알차게 기획됐다. 이틀씩 '함께 하는 세상(참인성)'과 '따뜻한 마음(참지성)'을 주제로 나눠 영화상영, 매직아트 열쇠고리 만들기, 독서젠가게임, 걱정인형 만들기 등을 준비했다. 일종의 독서 확장 프로그램이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소감문에 그대로 묻어났다. "우리 때는 사고 쳤을 때 부모님이 학교 오셨는데…아들과 함께한 시간 선생님들의 세심하고 꼼꼼한 배려에 감사드린다"거나 "구성도 기획도 알차고 재미있었다. '걱정인형' 때문에 걱정이 사려졌다"는 내용이었다.
김향숙 교장은 "2년 전 부임했을 때 도서관 이용률이 낮아 학생들과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독서교육을 강조해왔다"며 "배려와 나눔이 있는 참인성교육, 새롭게 생각하고 탐구하는 참지성교육으로 평화로운 학교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혜진 사서교사는 "그야말로 대박이 나 가을에는 금요일마다 '달빛도서관'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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