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클린턴·부시, 차기 미국대선서 '조용한 내조'
유력 주자인 아내·동생이 "물어보면 조언한다"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백악관의 주인을 차례로 지낸 인연으로 퇴임 후 더욱 친해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용하게 식구를 내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3일(현지시간) 발간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왕좌의 게임'이라는 표지기사에서 이달 초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부시 대통령 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리더십 연구위원회'에 나란히 참석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을 합동 인터뷰하고 둘의 절친해진 과정, 2016년 미국 대선 전망 등을 소개했다.
'대통령 리더십 연구위원회'는 클린턴, 린든 B 존슨,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등 전직 대통령 4대 기념관이 공동으로 만든 대통령 지도력 전문 연구 프로그램이다.
이미 최고 권좌에서 8년씩 미국을 이끈 클린턴, 부시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는 각각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내세워 가문 간의 일전을 벼른다.
최근 경합 주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뒤진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긴 했으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전히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따낼 유력 주자다.
아버지, 형에 이어 한 가문에서 세 번째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부시 전 주지사는 다수 후보가 난립한 공화당에서 인물경쟁력만큼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처럼 차기 대선에서 격돌한 가능성이 큰 후보를 한 가족으로 둔 상황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은 적극 지원보다는 든든한 버팀목 정도로 자신의 입지를 제한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퇴임 후 초당파적인 행보를 보였고, 또 '부시-클린턴' 대결 구도 설정에 대해국민적 피로도도 높은 상황이기에 최대한 주목을 덜 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08년 아내의 첫 대선 도전 때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고배를 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내가 내게 뭔가를 물을 때 그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면서 "심지어 집에서도 아내가 묻지 않는다면 조언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이와 관련한 정책에 조언의 초점을 맞출 생각임을 내비쳤다.
부시 전 대통령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동생이 전화할 것"이라면서 "(전화가 오지 않으면) 행복하게 난 (대선 지원에서) 빠져 있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동생을 "매우 똑똑하고 능력도 출중한 사람"이라면서 치열한 공화당 경선을 잘 헤쳐나갈 것으로 점쳤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1989∼1993년) 전 대통령을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만 해도 선거 기간 앙금 탓에 두 가문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백악관을 떠나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이 편지를 읽을 때면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입니다. 나는 당신을 열렬히 지원하겠습니다"라는 개인 편지를 남긴 뒤 두 가문은 화해의 길을 걸었다.
2001년 취임한 부시 전 대통령도 2004년 아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 희생자를 돕기 위한 기금 마련 행사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 기금 마련 행사에 잇달아 전임자인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아버지가 함께 나서도록 주선하고 관계 급진전을 이끌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메인 주 케네벙크포트에 있는 부시 가문의 별장을 전격 방문하고 2004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심장 수술 때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나타낸 뒤 1946년생으로 동갑내기인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아들 부시는 절친한 친구가 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당시 '온정적 보수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건 부시 전 대통령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내에게 청혼 당시 정치 입문을 권유했으나 클린턴 전 장관이 "내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아무도 내게 표를 주지 않을 것 같다"면서 "절대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던 재미있는 일화를 타임에 소개하기도 했다.
화가로 변신한 부시 전 대통령이 "우정을 망치기 싫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한 번도 그릴 생각을 안 했다고 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마 내 둥글납작한 코를 똑바로 세우지 못해서 그럴 것"이라고 농담으로 응수하는 등 친분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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