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석영 주제네바 대사 "ITA타결, 다자무역체계에 큰 활력"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24 22: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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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상 18년만에 진정한 의미 관세 인하"


<인터뷰> 최석영 주제네바 대사 "ITA타결, 다자무역체계에 큰 활력"

"WTO 사상 18년만에 진정한 의미 관세 인하"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최석영 주 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는 24일(현지시간) "이번에 정보기술협정(ITA)이 타결된 것은 위기에 빠진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며 "WTO 사상 18년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관세 인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대만 등 52개국 대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ITA 확대협상 전체회의에서 201개 관세철폐 품목리스트에 합의한 다음 "이번 협상 타결로 전 세계 IT 관련 교역액의 약 4분의 1인 1조 달러가량이 혜택을 보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사는 한국이 요구했던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2차 전지 등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한 상품을 관세철폐 대상에 넣으려고 끝까지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중국의 반대가 워낙 강했고 미국과 EU 등도 협상 타결을 위해 한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대사는 그러나 "지난 15일 새벽까지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 주재로 협상 주도국인 한국·미국·중국·EU 4개국 대표가 새벽까지 서로 일정부분 주고받으면서 201개 품목 리스트를 합의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의 관세 감축 일정을 한·중 FTA보다 앞당기고, 광학렌즈 제품 등을 추가로 얻어내는 등의 일부 성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대사와의 일문일답.

-- ITA 협상 타결의 의미는.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주도의 다자주의 무역체제가 위기를 겪는 것이 현실이다. 90년대 말까지 미국·유럽연합(EU)·일본 주도로 추진됐지만 이후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규제와 규범을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려고 대립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발리 WTO 통상장관회의에서 타결을 본 것도 관세인하가 아니라 무역원활화를 위한 절차개선이 대부분이다.

이번 ITA 타결은 진정한 의미의 관세 인하이고 WTO 사상 18년 만에 처음으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다자협상에 큰 활력을 불어넣게 됐고 다자체제를 강화할 것이다.

이번 I TA 협상은 IT제품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전기·의료·계측·부품소재까지 확대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전 세계 IT 관련 교역액 4조 달러의 약 4분의 1인 1조 달러가량이 혜택을 보게 된다.

-- ITA 협정의 특징은.

▲일반적 통상협정은 원산지 규정을 두고 있다. 원산지 규정은 대상품목에 대해 특혜를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주요 조건이며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지난 1996년 처음 타결됐던 ITA는 교역 촉진과 자유화를 위해 원산지를 따지지 않는다. ITA는 조건없는 관세철폐를 내세우는 꿈의 모델이다. 외국에 진출해있는 한국 기업들도 한·미, 한·중 FTA 등의 규정에 묶이지 않고 어디든 수출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세관을 통한 수출입 액수보다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ITA 협상 과정을 설명해달라.

▲ 지난 2012년 5월 ITA 출범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계기로 ITA Ⅱ를 해보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중국이 참여하면서 협상이 교착됐고 2013년 11월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1월 베이징 APEC(아·태경제공동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200개 품목 리스트를 결정했고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이를 그대로 WTO에서 확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이 복수국가 간 협상원칙과 참가국간 이익균형 필요성을 강조하면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 합의가 무산됐다.

ITA 참여 52개 회원국의 IT 관련 제품 교역량은 전 세계 97%이다. 한국의 교역량은 전 세계 8%이고 랭킹 5위이다. 한국이 ITA 협상에서 빠지면 ITA 참여국의 교역량은 89%로 줄어들게 된다.

한국의 상업적 이해를 무시하고 복수국가 간 협상 원칙을 무시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WTO 사무총장 주재 회의와 주요국 간 다자 협의를 계속하면서 201개 품목 리스트를 확정하고 협상을 타결하게 됐다.

-- 한국의 요구에 대한 중국의 반대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2차 전지 등을 관세철폐 대상으로 넣으려고 했으나 중국이 강력하게 거부했다. LCD의 경우 교역액이 2천억 달러가 넘어서는데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40%, 중국 20%, 대만·미국·일본 등이 20%이다. 중국은 유치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각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의 신축적 대응을 촉구했고 그 뒤 중국이 적극적 반대는 하지 않은 채 침묵만 지켰다. 미국과 EU 등도 중국과 서로 주고받는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LCD 관세철폐를 요구한 대만 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대만 최고 수뇌부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15일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 주재로 이번 협상의 주도 국가인 한국, 미국, EU, 중국 등 4개국 대표가 저녁에 만나 새벽까지 최종 담판을 하게 됐다.

--LCD, OLED, 2차 전지가 관세 철폐 대상에서 빠진 과정에 대해 다시 설명해달라.

▲ 한국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관세철폐 대상에 넣으려고 끝까지 노력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대가 워낙 강했고 미국과 EU 등도 협상 타결을 위해 한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 주재 회의에서 4개국 대표가 서로 일정부분 주고받으면서 201개 품목 리스트를 합의하게 됐다. 다자 협상에서 우리에게만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관세 감축 일정을 앞당기고, 광학렌즈 제품 등을 추가로 얻어내는 등의 일부 성과도 있었다.







WTO ITA 협상 타결 후 인터뷰하는 최석영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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