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예술감독 "광주·아시아 넘어 국제적 플랫폼 구축"
프리 라이젠 "작가와 관객 호흡하는 전당 만들고 싶어"
亞문화전당 예술극장 개관 앞두고 기획자들 인터뷰
김성희 예술감독 "광주·아시아 넘어 국제적 플랫폼 구축"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예술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관객들은 이에 답해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당과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앞서 이곳을 찾는 걸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예술가들과 관객들이 서로 작품은 물론 일상의 얘기까지 나눌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
오는 9월 개관을 앞둔 광주광역시 소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이 10월 이후 선보일 올해와 내년 문화예술 공연 프로그램들이 베일을 벗었다.
새로운 예술적 실험과 아시아 문화권 작가들의 발굴에 기여하며 국제적 지명도를 높여온 전시·공연 기획자 프리 라이젠(65) 씨는 28일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예술극장 프로그램 소개 기자회견에서 예술극장의 향후 역할과 전망에 관해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전시 공연 분야의 '대모'라고까지 불리는 그는 예술극장이 향후 위상 확보를 위해 공을 들여 준비한 첫 기획 공연 프로그램 '아워 마스터' 행사를 기획했다.
'아워 마스터' 프로그램은 우리 시대 세계적 거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시아 공연·전시 예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미래의 비전을 구축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1976년 초연한 이래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 성과로 꼽혀온 필립 글래스와 로버트 윌슨의 '해변의 아인슈타인' 오페라, 아방가르드한 작품 세계를 보여온 팀 에첼스의 실험극 '더티 워크'와 '마지막 탐험', 역시 크리스토프 마탈러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음악극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 등 굵직한 프로그램들을 담아냈다.
라이젠 씨는 "형식의 파괴와 실험을 넘어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도전의 성과들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라이젠 씨는 "예술가들의 제작에 대한 지원 만큼이나 실험적 작품들을 관객들이 직접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적 관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온 작품들이긴 하지만 통상적인 장르적 성격을 탈피하는 형식이어서 국내 일반 관객들의 호응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솔직한 문화예술계 안팎의 정서다.
'해변의 아인슈타인'만 하더라도 인터미션 없이 5시간을 끌어가는 공연의 길이와 전통적 오케스트라 구성과 달리 목관악기, 신디사이저 위주로 구성하는 형식적 파괴가 기존의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다.
내년 5월 선보이는 '부토 프로젝트'의 경우 특정 작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예술과 정치의 경계에 대한 도전적 작가 정신을 드러낸 1960년대 일본의 예술운동 조명을 주제로 삼았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재편성하는 이 같은 시도 또한 현존 작가 위주의 다른 기획하고는 차별화된 방식이어서 그 반응이 어떨 지는 미지수다.
라이젠 씨는 "예술은 단순한 아름다움과 심미성만을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추함, 못남까지도 드러내야 한다"며 "아방가르드의 시대인 1960년대에 나타난 이런 움직임이 현재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드러내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당은 '아워 마스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다른 축으로 '아시아 윈도'라는 전시 공연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전자가 이미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얻은 현대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다면, 후자는 아시아 작가들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동시대 공연예술 역할을 담론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아워 마스터가 아시아 밖에서 현대 예술을 조망한다면, 아시아 윈도는 아시아 내부의 시각에서 역사와 미래를 내다본다는 차이가 있다"며 "전당의 프로그램들은 이 두 관점이 만나 끊임없이 새로운 오늘의 좌표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윈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큐레이터 헬리 미나르티와 한국의 음악가 장영규 씨 등 5명의 아시아 출신 작가들이 각각 기획을 맡았다.
내년 3월 열리는 '월경(越境)과 혼재' 프로그램을 기획한 중국 출신 요우미 씨는 "실크로드를 돌아본 개인적, 간접적 경험을 토대로, 실크로드가 동양과 서양 양 극단이 아닌 연속체의 세계를 연결하는 곳이며, 교역통로라기보다는 경계를 넘어 분산한다는 의미로 바라봐야 함을 드러내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장과 작가들의 창작 터전인 레지던시를 겸비한 아시아문화전당은 1년의 절반은 전시와 공연 등 외부 공개, 나머지 절반은 작가들의 창작활동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김 감독은 "동시대 예술을 알려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며 "광주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눈높이를 낮추기보다는 작가들과 관객들이 문화적 관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당에 따르면 예술극장 대극장은 애초 2천석 규모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 최소한의 무대 설비를 제외할 경우 1천석 내외의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감독은 "1천석 규모의 극장이라도 컨템포러리 아트(현대예술) 작품들로 소화하기엔 벅차다"며 "극장을 두 개나 세 개로 쪼개는 멀티플렉스 방식으로 최적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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