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이란 찾은 프랑스 외무…양국 관계 해빙기 맞나
이란 언론 "역사적 방문" 평가 속 "방문 반대" 시위도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테헤란을 방문했다.
하루 일정이지만 이란 언론들이 '역사적 방문'이라고 보도할 만큼 프랑스 외무장관의 이란 방문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는 핵협상 도중 이란에 가장 가혹한 핵프로그램 포기를 요구해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데다 이란 핵문제와 관련한 유럽연합(EU)의 대(對)이란 경제·금융 제재에 앞장선 탓이다.
핵협상장에선 강경파였으나 14일 타결 뒤 협상에 직접 참여한 서방 4개국 중 이란을 방문한 첫 외무장관이 됐다.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란을 찾은 것은 12년만이다.
파비위스 장관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란에서 화합 메시지를 발표했다.
파비위스 장관은 이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11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프랑스에 초청한다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란 대통령이 프랑스를방문한 것은 1999년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핵협상 타결과 관련, 그는 "핵협상은 기술적인 합의에 그치지 않고 중동과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협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프랑스의 대규모 민·관 경제사절단이 다음달 이란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방문은 양국간 정치적 대화를 재개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모든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파비위스 장관을 '동료'로 칭하면서 "양국이 정치적 대화를 확대하고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 공동 대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양국관 관계는 최근 핵문제에만 국한됐었는데 이를 더 넓히길 원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번 방문으로 양국 간 오해가 풀리고 새로운 시대가 개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비위스 장관은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해 알리 라리자니 의회의장, 알리 샴카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 경제분야 장관 등 이란 정계 고위 인사와 만날 예정이다.
이란의 보수 언론은 그러나 파비위스 장관의 전력을 거론하며 프랑스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메흐르통신은 1999년 밝혀진 프랑스산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혈액 수입 사건을 거론하면서 당시 책임자 중 한 명인 파비위스 장관이 아직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란 국민은 핵협상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입'을 자처하면서 '나쁜 경찰' 역할을 한 프랑스를 잊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은 방문 반대를 주장하는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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