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러 항공사 직원 성범죄 묵인한채 계약 유지"
가디언 유엔 내부 문서 입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유엔이 러시아항공업체 직원이 유엔 위탁 업무 수행 중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알고도 해당업체와 5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사가 입수한 유엔 내부 기밀보고서를 인용해 유엔이 러시아 유테이르 항공사의 성범죄 사실을 묵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 2010년 8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유엔과 계약을 맺고 헬기 수송작업을 벌이던 유테이르 항공사 소속 직원이 10대 소녀에게 약을 먹어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한 비정부기구(NGO)로부터 전달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유엔 내부감사실은 진단서와 목격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당시 기지 매니저와 지상 엔지니어 등 유테이르 직원 2명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다른 직원과의 공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유엔은 이듬해 3월 최종 보고서에서 유테이르 내에 "성적 착취와 학대의 문화"가 만연해 있을 수도 있음을 경고했고, 이 보고서는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해 유엔 고위 관계자들에게까지 전달됐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그러나 조사를 마무리 지은 이후에도 유엔은 유테이르와 11개국에서의 수송업무 계약을 연장하거나, 새로 체결해 총 5억4천330만 달러(약 6천360억원)를 유테이르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엔은 가디언에 보낸 설명자료를 통해 "조사 이후 유테이르와의 계약 종료를 검토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헬기 수송 업무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유테이르의 성범죄 예방 조치 준수 여부를 모니터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유지하기로 고위층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해 "성범죄에 연루된 회사가 어떻게 유엔과의 계약을 확장할 수 있었는지 반 총장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프랑스 군인들이 아동을 성폭행한 사실이 폭로됐으며, 당시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던 플라비아 판시에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가 최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전격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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