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연인의 얼굴이 매일 바뀐다면? '뷰티 인사이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진'이라는 이름의 인물 역에 캐스팅된 배우 123명, 영화에서 그나마 비중 있게 나오는 배우는 21명.
이런 소개만으로도 흥미를 잡아끄는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와 그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여자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우진이 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18살이 되면서다. 바뀐 모습도 남자, 여자, 어린이, 노인, 외국인 등 다양하고 전혀 종잡을 수 없다.
엄마와 절친한 친구 상백(이동휘)만 이 비밀을 알게 되고 우진은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가구 디자이너인 우진은 어느 날 가구점에서 이수(한효주)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고심 끝에 마음을 고백하고 데이트를 시작한다.
인텔과 도시바의 합작 광고를 장편 극 영화로 다시 만든 이 작품은 비현실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낸다.
웬만해서는 이뤄지기 어려워 보이는 남녀가 풋풋한 만남을 이어가며 사랑을 키우고 어려움을 겪으며 관계를 꾸려 나가는 장면 장면이 색다르다.
영상도 매끈하다.
광고, 뮤직비디오, 영화 예고편 등을 만들었던 백 감독은 이런 이력을 십분 살려 화사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주연 배우 한효주는 한점 흐트러짐 없이 눈부신 미모를 선보이고 이범수, 박서준, 이진욱, 김주혁, 김상호, 박신혜, 천우희, 우에노 주리, 고아성 등 우진 역을 맡은 수도 없는 배우들은 등장 자체가 즐거운 볼거리다.
신선한 줄거리와 화려한 영상,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영화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런 장점도 영화의 구성과 전개에 남는 아쉬움을 지우지는 못한다.
우진의 외로움과 슬픔으로 시작된 영화는 점점 그를 사랑해야 하는 이수의 혼란스러운 심리에 집중한다.
사랑하는 이가 갑자기 낯설어 보이는 순간을 맞이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기에 설정이 극단적이더라도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쩐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감정 흐름을 신(scene)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레이션으로 들려준다. 우진의 배경 설명부터 이수의 심리 변화까지 직접적으로 설명하며 관객을 설득하려 한다.
우진 역 배우들의 배치, 우진과 이수 사이의 멜로 드라마 구성도 설정의 참신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어느 그릇에 담아도 그 안의 내용물은 바뀌지 않는다는 진실을 제목으로, 대사로, 해설로 끊임없이 관객에게 전달하지만, 정작 주어진 재료를 자신 있게 요리해 주제를 뒷받침하는 데는 인색한 탓에 깊은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20일 개봉.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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