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명품 가방에 흐르는 '악어의 피눈물'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최예린 인턴기자 =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악어가죽 에르메스 '버킨백'. 1960∼1970년대를 풍미한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가방인데요, 최근 그녀가 돌연 "제발 그 가방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제발 그 백에서 내 이름 빼줘"…명품 가방 뒤편에 흐르는 악어의 피눈물>
1960∼1970년대에 이름을 날린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 그녀의 이름을 딴 초고가 명품인 에르메스 '버킨백' 때문에 지금도 아는 사람은 아는 '셀럽'이죠.
※ 홍상수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버킨이 최근 에르메스에 "악어가죽 버킨백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해 화제입니다. 가방의 재료인 악어 뱃가죽 때문에 악어들이 잔혹하게 죽음을 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라는데요.
※ 악어가죽 버킨백은 에르메스의 대표 히트작으로 가방 한 개 가격이 싼 것이 수천만원이고 억대인 것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여배우가 그토록 정색을 했을까요? 동물권익단체인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이 지난달 공개한 동영상을 살펴보겠습니다.
※ 주의: 잔혹한 동물 학대 장면이 나옵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나일 악어 양식장. 공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악어를 이렇게 많이 키우는 이유는 단 하나, 악어 뱃가죽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년 4만3천여 마리분의 나일 악어가죽을 생산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죠. 우리 가죽은 전량 에르메스에 납품됩니다" <양식장 관계자>
악어의 수명은 사람보다도 더 길지만 이곳 악어는 만 3세면 죽임을 당합니다.
"악어 주둥이를 꺾고 메스를 척추로 찔러 넣습니다. 척추를 끄집어 내고 끝이 뾰족한 막대로 뇌를 찌르죠. 이렇게 하면 작업대에서 요동을 치지 않아 가죽을 쉽게 벗길 수 있죠"
또 다른 에르메스 납품업체인 미국 텍사스주의 '론스타 악어 양식장'.
"여기 악어들은 가죽 용도에 따라 분류됩니다. 이 크기 악어들은 시곗줄 악어라고 해요. 프랑스 에르메스에 이 가죽이 납품되면 2천 달러(약 234만원) 짜리 명품 시곗줄이 되는거죠"
도살 방식은 여전히 잔인합니다. 먼저 머리에 총으로 볼트를 박아 기절을 시킵니다. 그다음 커터 칼로 목 부위 혈관을 절단합니다. 몇몇 악어는 피 웅덩이 속에서 수 분간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습니다.
볼트를 쏘는 총에 문제가 생기면 작업자들은 칼로 악어의 목뼈를 부숩니다. 그런데 악어 같은 파충류는 목뼈가 부러져도 즉사하지 않습니다.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거죠.
이 농장의 악어들은 어둡고 불결한 물웅덩이에 갇혀 지냅니다. 악어의 피부가 부패하고 상처가 나도 치료는 언감생심입니다.
"악어 웅덩이의 물은 수면에 손을 담그면 그 손을 못 볼 정도로 흐렸다. 썩은 오물 같은 악취 때문에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농장에 위장 취업한 PETA 조사요원>
제인 버킨은 에르메스가 국제 기준에 맞도록 악어가죽 생산 관행을 개선하기 전까지 악어가죽을 쓴 버킨백에서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버킨의 요청은 강제성이 없습니다.
에르메스는 버킨백이라는 상표명을 1997년에 상표명으로 등록해 이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감정이 없는 눈물을 흔히 '악어의 눈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명품 가방 뒤편에서는 정말 고통에 찬 '악어의 피눈물'이 흐릅니다.
그 눈물이 과연 그칠 수 있을까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거래를 규정한 '워싱턴 협약'을 준수하며 PETA가 지목한 농장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 - 에르메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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