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운명 가른 7세기 세계대전 입체적 조명(종합)
서영교 중원대 교수 '고대 동아시아 세계대전'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612년 살수대첩에서부터 676년 나당전쟁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운명과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결정지은 세기의 대전쟁이 벌어졌다."
임진왜란을 국제정치적 역학 구도 속에서 바라보려는 최근 학계의 움직임에 더해 7세기 삼국 통일의 과정에서 진행됐던 일련의 전쟁사를 세계 전쟁의 구도로 바라보려는 또 하나의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중원대 한국학과 서영교 교수가 최근 글항아리를 통해 출간한 '고대 동아시아 세계대전'은 당나라와 돌궐, 고구려 등 고대 제국들이 존망을 걸고 맞부딪혔던 치열한 대결 구도와 복잡하게 얽힌 인과관계에 대한 입체적 조망을 시도했다.
이는 지난 2007년 학술원이 선정한 우수학술도서인 '나당전쟁사 연구'의 문제의식을 더욱 심화시킨 결과물이다. 지난 2011년부터 3년 6개월간에 걸쳐 국방일보에 연재한 내용을 모았다.
글항아리 측은 "눈에 보일 듯이, 손에 잡힐 듯이 당시 전쟁을 묘사하는 점이 여타 고대전쟁 연구서와 차별점"이라며 "그런 구체성이 사료의 치밀한 고증에 기반함으로써 역사 문맥의 그물망을 크게 출렁거리게 만든다는 점 또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신라는 어떻게 당대 최강국인 당나라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당나라의 설인귀가 670년 최정예인 동돌궐 기병 11만 대군을 이끌고 티베트 고원 대비천에서 티베트군과 맞붙어 전멸당한 사실에 주목한다. 이후 당은 주된 동북아 거점을 만주에서 서역으로 옮기게 됐고, 이는 신라가 당과의 전쟁을 감행하게 만든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백제의 의자왕이 위암으로 추정되는 반위(反胃)로 긴 투병생활을 겪었으며, 이로 인한 백제 왕조의 통수권 약화는 뼈아팠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역사학보'를 통해 그가 새롭게 조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저자는 또 사마광이 '자치통감'과 별개로 편찬한 '고이'(考異)의 기록 가운데 연개소문이 몽고의 설연타 제국 매수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추후 편찬된 자치통감 주석에서 찾아내 발굴하는 성과도 보였다.
국방일보 연재물답게 구체적인 전투 기술에 대한 분석도 눈에 띈다. 전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승리를 낚아채기 위해 안정적인 말 공급과 운용의 체계를 자세히 다루는 등 전쟁 과정의 총체적 이해와 서술의 생동감을 높이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외교의 귀재 김춘추가 연개소문의 고구려가 갖춘 독재체제의 유용성에 주목하고 신라 지배체제의 개편을 결심하고 나서게 된 점 등은 역사 전개의 실체를 새롭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공한다.
저술이 갖는 학술적 의의 외에도 '암기'가 아닌 '이해'의 수준이 역사에 대한 지식과 안목의 깊이를 가른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중교양서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글항아리. 816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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