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부터 불상까지…인간이 예술에 몰입하는 이유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06 10: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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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서는 엄지' 번역 출간

벽화부터 불상까지…인간이 예술에 몰입하는 이유는

'맞서는 엄지'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인간의 손가락은 유독 엄지만 짧고 굵다. 그런데 엄지가 없다면 펜을 잡고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대 미술을 전공한 나이즐 스파이비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양손에 각각 넓은 각도로 위치한 엄지손가락 덕분에 다양한 굴절과 장악이 가능하다"며 "손의 장악력은 곧 신성한 재능"이라고 말한다.

그가 독특한 엄지손가락에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활동인 예술의 연원을 깊숙하게 들여다봤다. 저서 '맞서는 엄지'를 통해서다.

먼저 저자는 '인간은 모두 예술가'라는 명제 아래 유럽의 동굴에 그려진 선사시대 벽화를 탐구한다. 도대체 왜 인간은 수렵이나 채취 외에도 예술에 몰두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는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학자의 주장을 살핀 뒤 프랑스 고고학자인 앙리 브뢰이의 이론을 소개한다.

브뢰이는 선사시대 인간이 동물 사냥에 열중해 동물 그림을 많이 그렸고, 이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일어난 은밀한 주술 행위였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 부시먼이 드라켄즈버그산맥에 남긴 벽화도 자세히 살펴보면 소재가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황홀경에 이른 심신의 초현실적 관계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샤머니즘에 가깝다.

스파이비 교수는 회화나 조각에 등장하는 신체가 전혀 사실적이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예컨대 오스트리아에서 발굴된 빌렌도르프 비너스는 가슴이 풍만하고, 바티칸 시스티나성당 천장화에 있는 남성은 어깨가 넓게 벌어졌다.

이처럼 몸을 왜곡해 형상을 만드는 습성은 수많은 문화에 만연하고 오랫동안 되풀이됐다.

저자는 예술에 나타나는 비현실적 재현을 남성과 여성이 상대 몸의 적합성을 번식력으로 판단한다는 진화심리학으로 풀어낸다.

이외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을 그린 풍경화가 많았던 이유, 초월적 존재인 신을 특정 이미지로 형상화한 까닭, 죽음이 예술의 주제로 자리잡은 과정 등을 흥미롭게 서술했다.

김영준 옮김. 학고재. 376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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