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 이번엔 '독선 사회' 출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06 1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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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 "'다름' 인정하고 '증오 마케팅'은 버려야"


강준만 교수, 이번엔 '독선 사회' 출간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 "'다름' 인정하고 '증오 마케팅'은 버려야"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저술가로 꼽히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또 하나의 저서를 내놨다.

이번 신간은 '독선 사회'. 2013년부터 차례로 내고 있는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강 교수는 그동안 '감정 독재',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생각의 문법' 등의 책으로 한국사회를 심층 탐색해왔다.







신간 '독선 사회'는 제목 그대로 '독선'을 주제어로 내걸고 우리 사회의 현상과 그 저변을 파고든다. 저자가 다룬 50가지 소주제는 '왜냐하면 효과', '메라비언의 법칙', '아도니스 콤플렉스', '가면 증후군', '지위 불안' 등.

'독선'을 주제어로 삼은 이유와 배경은 책의 머리말에 잘 요약돼 있다. 저자는 우리 국민은 너무 똑똑해서 탈이라고 말한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자신의 똑똑함을 확신하는 독선이 문제라는 거다.

그 독선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기초한다. 독선적인 사람의 똑똑함은 소통과 타협과 화합을 원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기에 독약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계한다.

예컨대 정치를 대할 때 특정 당파 집단의 일원이 되거나 익명성을 얻는 순간 전혀 다른 인간으로 태어난다. 자신이 가진 이념이나 당파성의 옹호자가 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경멸감과 적대감을 드러낸다는 것.

이런 토양에서 정치인이나 논객의 인기는 반대편을 조롱하거나 아프게 만드는 언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언론은 그런 증오의 언어를 미주알고주알 열심히 보도하는 '증오 상업주의'에 탐닉한다고 일갈한다.

안타까운 것은 아픔을 느끼는 능력이 가장 모자라는 사람이 그런 게임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다는 점. 흥미롭게도 이들은 대부분 일상적 삶에서 더할 나위없이 선량하고 순수하단다.

강 교수는 그 순수와 독선이 동전의 양면관계를 이룬다고 역설한다. 순수주의자들은 자신의 순수를 무기와 명분으로 삼아 정쟁을 종교전쟁으로 몰고 간다. 정치를 혐오하고 저주하는 유권자들은 그런 명쾌한 접근법에 환호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10대 0'의 정치.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10, 상대편의 정당성을 0이라고 주장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이런 독선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사회문화적 동질성이 만들어냈다. 한국사회는 그간 다양성을 박해하면서 획일성을 예찬해왔기에 전 국민이 '전쟁 같은 삶'을 살면서 '잘 살아보세'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다름'의 불인정은 물질이 아닌 정신 영역에서 재앙을 몰고왔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각기 다른 생각과 소통하고 타협하면서 화합하는 삶을 살아오지 못한 것.

강 교수는 "자신의 확신을 의심하라"고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 정치의 개혁과 사회적 진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똑똑함과 한계를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싫어하는 정치 세력을 쓰레기로 매도하면서 면책 심리를 키우고 반대 세력을 악마화하는 '증오 마케팅'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버릇을 버리자고 권유한다.







쉰 개의 소주제 중 '거대건축 콤플렉스'와 '마천루 콤플렉스' 부분을 살펴보자. 건축은 자의식이 약한 사람들의 자의식을 부추긴다. 그 약한 자의식은 건축에 집착하게 만들고 끝내는 거대건축의 중독자가 되게 한다.

자기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권력자일수록 하나같이 거대건축에 매력을 느낀다. 자신의 업적을 가시적으로 생생히 보여줄 수 있는 '시각주의' 효과를 노리기 때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과 4대강 사업에 치중했던 것도 이런 시각주의 원리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석한다.

저자는 세계적 마천루가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몰려 있는 것도 마천루 콤플렉스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마천루 건설이 경제적 고려보다 '날 좀 보소'라는 심리적 콤플렉스에서 비롯한다는 것.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건립된 지 올해로 30년을 맞은 가운데 잠실에선 123층 제2롯데월드 건설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에 질세라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까지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그보다 16미터 높은 571미터짜리 초고층 마천루를 지을 예정.

인물과사상사. 36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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