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힐러리, '결국 될 후보' 젭 부시에 화력집중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최근 행보를 보면 누구를 최대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가문의 대결'로 화제를 모으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다.
거침없는 막말과 기행으로 여론조사 선두를 질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신 부시 전 주지사를 최종 맞수로 가정한 것은 '결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사람은 부시'라는 믿음이 클린턴 전 장관 선거캠프 내부에 깔렸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달 31일 부시 전 주지사가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한 것을 호되게 비판하는 등 그를 겨냥해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4일에도 부시 전 주지사가 '정부가 여성 건강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하는지 의문'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정면 비판했다.
또 부시 전 주지사가 불법이민자들에게 합법적인 시민권 부여의 길을 열어주는 이민개혁법안에 찬성한다는 종전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이민개혁 불발 위기로) 이제 미국인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타깃을 분명히 정하고 적극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최근 행보는 '대세론'에 안주하려던 선거운동 초반과는 극명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전략을 짰던 폴 베갈라는 NYT와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지금까지 공화당 측 앞에서 '피냐타'(아이들이 막대기로 때려부숴 안에 든 과자를 꺼내먹을 수 있는 인형)에 불과했다"며 "그러나 힐러리는 원래카운터펀치를 아주 잘 날린다. 그가 다시 싸우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부시 전 주지사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최근 모습은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전략과도 유사하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당신을 싫어한다"는 메시지를 집요하게 반복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울러 클린턴 전 장관은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부시 전 주지사를먼저 공격함으로써 선거구도를 정책대결로 유도해재단 기부금이나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 의혹에 대한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는 기회도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내 경쟁자들을 제쳐놓고 벌써부터 본선 라운드에만 신경쓰는 이번 전략을 놓고 지난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민주당 후보의 자리를 내준 아픈 추억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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