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기댄 케네디 '아메리칸대 연설'이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06 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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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과 핵실험 금지조약 이끌어 낸 대표적 명연설


오바마가 기댄 케네디 '아메리칸대 연설'이란

소련과 핵실험 금지조약 이끌어 낸 대표적 명연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 의회에 이란 핵협상 합의안 승인을 요청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5일(현지시간) 연설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1963년 '아메리칸 대학' 연설을 연상시키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52년의 시차를 둔 두 연설이 워싱턴DC 소재 아메리칸 대학이라는 같은 장소, 핵무장 억제라는 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란 핵협상 마무리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케네디 전 대통령까지 불러낸 것은 핵과 세계평화라는 당시 연설의 화두가 지금의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은 케네디 전 대통령은 일촉즉발이나 다름없던 핵전쟁 위협을 가라앉히기 위해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그 결정체로 아메리칸 대학 연설을 내놨다. 적대국 지도자도 감동시킬 만큼 대표적 명연설이었다.

소련과의 대화에 대해 공화당은 물론 행정부 내에서도 반대에 부딪힌 케네디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복심'이자 메시지를 전담하던 테드 소렌슨과 극비리에 이 연설을 준비했다.

1963년 6월10일 이 대학 졸업연설을 위해 연단에 선 케네디 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청중에 상기시킨 뒤 "오늘날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우리 두 나라(미국과 소련)가 주요 목표가 될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강한 두 나라가 황폐화할 위험이 가장 크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정확한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무기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오히려 매년 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일이 오늘날 평화를 유지하는 핵심 방식이다"면서 "하지만 가동하지도 않을 무기를 비축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화를 담보하는 수단도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어 "평화 추구는 전쟁 추구만큼 극적인 일은 아니지만 이보다 더 급한 일은 없다"며 "인류의 운명에 관한 어떤 문제도 인간 그 자체보다 중요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케네디 전 대통령은 이 연설을 통해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해럴드 맥밀런 영국 총리와 나는 조만간 포괄적인 핵실험 금지 조약에 합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모스크바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하지 않는 이상 대기 중에서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며 우리가 핵실험을 재개하는 첫 번째 나라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은 전 세계가 알다시피 전쟁을 먼저 시작하지 않을 것이며, 전쟁을 원하거나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리세대의 미국인은 이미 충분히 전쟁과 증오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연설 마지막에는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하겠다"며 "그곳은 약자는 안전하고 강자는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재차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에 방점을 찍었다.

소련에서도 방송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에 감동한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루스벨트 이후 어떤 미국 대통령보다도 훌륭한 연설"이라고 극찬했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같은 해 8월5일 미국, 소련, 영국은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에 서명했고, 두 달 뒤 미국 의회의 비준까지 받았다.

반세기가 지나 이번에는 이란 핵협상 합의안을 놓고 의회와 부딪힌 오바마 대통령은 아메리칸 대학 연단에 서서 이란 핵 합의가 적대국을 상대로 강력하면서도 원칙 있는 외교정책을 수행해온 미국의 전통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과 행정부 내 반대 세력을 향해 핵 감축을 강력히 촉구했던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연상시키면서 의회에 역사적 결단을 압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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