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 자국내 외국 자산 압류 허용 법안 의회 제출
"유코스 사건 관련 서방 국가들 러시아 자산 압류에 대한 대응 조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정부가 외국에서의 러시아 자산 압류에 대한 대응으로 자국 내 외국 자산에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5일(현지시간) 하원에 제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법안은 특정 국가 영토 내에서 러시아 자산이 압류되면 러시아 법원은 그에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법안이 여러 외국에서 러시아와 러시아 자산에 대해 불법적 행동이 취해지고 있는데 대한 대응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하원 심의와 상원 승인을 거쳐 대통령의 서명으로 채택된다.
상원 법사위원회 부위원장 콘스탄틴 도브리닌은 통신에 "러시아 정부는 법률 제정을 통해 '만약 당신들이 우리에게 비우호적 행동을 하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다'는 경고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라며 "상원은 이 법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의 이같은 입법은 여러 서방 국가들이 파산한 전(前) 석유기업 유코스의 예전 주주들이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인권재판소(ECHR)를 통해 얻어낸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자국 내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고 있는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유코스 전 주주들은 러시아 정부가 PCA와 ECHR의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각국 법원에 러시아 자산 압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 벨기에와 프랑스 법원이 유코스 전 주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자국 내 러시아 자산에 대한 압류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미국과 영국 법원도 같은 요청을 받았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나 미국이 자국 내 러시아 자산 압류 조치를 취하면 이에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중순 자국 헌법 규정에 어긋날 경우 ECHR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유코스는 한때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였으나 330억달러의 세금 폭탄을 맞고 2006년 파산했다. 서방에서는 이를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국유화 계획과 정적 탄압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PCA는 지난해 7월 말 러시아 정부가 유코스를 강제 수용하면서 손해를 본 GML 지주회사 주주에게 500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GML은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前) 유코스 회장 등이 회사 경영을 위해 세웠던 지주회사 메나텝 그룹의 후신이다.
ECHR는 PCA 판결 사흘 뒤 러시아 정부가 유코스 전 주주들에게 총 19억 유로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CHR에 제소한 이들은 PCA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5만5천 명의 유코스 전 주주들이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PCA와 ECHR의 판결이 부당하다며 지금까지 판결을 이행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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