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국제("원폭 떨어지던 날, 강제노동 공장은…")
"원폭 떨어지던 날, 강제노동 공장은 오히려 피난처"
뉴욕타임스, 아베 담화 앞두고 일본내 피폭자 실태 조명
(뉴욕=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 "10대 소년에게 기관총 탄약을 만드는 공장은 공교롭게도 오히려 피난처였다."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생존자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세계 최초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8월 6일에 살아남은 하사이 히로미(84)씨 등 피폭 생존자들의 사연과 실태를 전했다.
하사이씨는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날 히로시마 시내에서 16km 떨어진 군수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14살이었던 그가 하던 일은 기관총 탄약을 만드는 '강제노동'이었다.
원자폭탄 투하로 결국 10만 명 이상이 숨지는 과정에서 하사이씨의 친구 수백 명도 목숨을 잃었다. 그가 다니던 학교가 원자폭탄이 떨어지던 지점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물리학과 연구원 생활을 하다 은퇴한 하사이씨가 이제 하는 일은 당시의 지옥과 같았던 기억을 주변과 후세에 알리는 일이다.
특히 하사이씨의 '경험 전파' 활동에는 '덴쇼샤'(傳承者)들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덴쇼샤는 각각의 피폭 생존자와 연계돼 생존자들의 경험을 상세히 들은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체험 전달자'를 말한다.
하사이씨와 손잡고 일하는 덴쇼샤는 기노시타 리츠코씨다. 기노시타씨는 올해 25살로 하사이씨의 피폭 기억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피폭 생존자들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이들의 활동도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 내에 남은 피폭 생존자는 지난해에만 6천 명이 사망해 이제는 20만 명 아래로 줄었다. 생존자들의 평균 나이도 지난달 80세가 넘어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가와니시 히데미치 히로시마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NHK방송의 여론조사를 보면 히로시마 시민 30%, 전체 국민의 70%가 원폭 투하 날짜를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원자폭탄의 상처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첫 전후세대 출신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히려 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에 의해 제한된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일본의 평화헌법 수정을 시도한 첫 총리는 아니지만, 그는 역대 총리들보다 훨씬 공격적인 방법과 내용으로 헌법 수정을 꾀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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