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정치적 해법' 모색 새 국면…미·러 공조
'중동 중재자' 오만 역할 주목…당사국 '공동의 적' IS에 맞서 단합
(이스탄불·두바이=연합뉴스) 김준억 강훈상 특파원 =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한 지 4년 반을 맞으면서 정치적 해법을 찾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편으로 갈린 러시아와 미국을 비롯해 시리아 주변국들이 최근 손을 잡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현지시간)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을 가리는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5일 결의안 초안에 합의하는 공조 체제를 갖춰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미러 공조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내전 당사국들의 외교 접촉이 분주해졌으며, 중동의 중재자로 활약한 오만이 시리아 정부 대표단을 초청해 시선을 끌었다.
아울러 내전은 이슬람 종파간(수니-시아) 대리전 성격에 미-러 냉전 구도가 겹쳐 복잡한 양상을 보였지만, 최근 공동의 적인 '이슬람국가'(IS)에 따라 당사국들이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오만·이란, 시리아 내전 중재자 자임
시리아 왈리드 알무알렘 외무장관은 전날 오만을 방문해 유세프 빈 알라위 오만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이 회담은 오만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시리아 고위 관리가 걸프지역 왕정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3월 내전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다.
양국 외무장관들은 회담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시리아 국영 사나(SANA) 통신은 전날 "양측은 시리아 위기를 종식하기 위한 건설적 노력을 위해 단결해야 할 시기라는 것에 뜻을 같이 했다"고 보도했다.
오만은 걸프지역에서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니-시아 대립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이 시선을 끌었다.
오만은 이란 핵협상 초기에 미국과 이란의 '메신저' 역할을 했으며 지난해 11월 핵협상 타결 시한을 2주 앞두고 막바지 협상을 한 장소도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였다.
걸프지역 6개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이사회(GCC)에 참여한 오만은 다른 5개 수니파 왕정국과 기본적으로 외교노선을 함께 하지만 유일하게 예멘 공습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란은 예멘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자 오만과 접촉했다.
오만의 주류는 이슬람 이바디파로 수니와 시아파에 속하지 않는 종파적 특성도 균형 외교의 중요한 배경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알무알렘 장관의 오만 방문은 시리아 내전을 외교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최우방인 이란은 핵협상 타결 이후 시리아의 정치적 해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 5일 시리아 사태를 끝내기 위한 계획을 조만간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전문매체인 알모니터는 이란 외교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4단계 계획'을 마련했으며 반군을 지원하는 수니파 국가인 카타르와 터키, 유엔 등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 4단계 계획은 '즉각적 휴전 보장, 통합 정부 구성, 다수종파·소수민족 보호 헌법 개정, 유엔 감시하 총선'이며 관련국들이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4일 알무알렘 장관과 러시아 외교부 중동 담당 고위직을 테헤란으로 초청해 이런 방안을 논의했다.
◇'공동의 적' IS 위협에 당사국들 대립에서 협력으로
시리아 내전은 시아파 분파 알라위파인 알아사드 정권과 수니파가 다수인 반군 간 충돌에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와 반군을 지원한 서방이 대립하는 구도였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에 군사와 자금을 지원했고 사우디와 터키 등 수니파 국가들은 반군을 지원했다.
시리아 최대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은 자치정부 수립을 도모하면서 반군과 정부군 모두와 거리를 뒀으며 터키 정부와 대립하는 민족 갈등 양상도 보였다.
이런 복잡한 대립 구도는 지난해 시리아와 이라크의 점령지에서 국가를 선포한 IS의 득세로 변화 조짐을 보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IS 격퇴전에 소극적이었으나 지난달 처음으로 시리아 내 IS를 공습했으며, 자국 공군기지들을 미국의 IS 공습에 개방했다.
터키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외무장관은 지난 5일 말레이시아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하고서 기자들과 만나 "포괄적 IS 격퇴전을 조만간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 외교 수장은 지난 3일에도 카타르에서 열린 IS 격퇴 방안을 논의하는 미·러·걸프국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머리를 맞댔다.
라브로프 장관이 반군을 지원하는 수니파 국가들과 잇따라 회동한 것은 이례적이며, 이 회의에서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정부군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동맹을 결성하자고 제안했다.
시리아 정부는 국제사회의 IS 격퇴전은 시리아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국영 TV를 통해 정부군이 북부와 동부에서 IS에 패퇴한 것과 징병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수도 다마스쿠스와 정부군이 장악한 지중해 연안의 라타키아, 타르투스 등 알라위파 지역 방어에 집중하고 있어 시리아 통합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지난 5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테러리즘을 뿌리 뽑기 위해 협력하고 실질적 해법을 도출하자"며 IS 격퇴에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대립 관계였던 당사국들이 IS 격퇴에 협력하려는 움직임은 내전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알아사드 대통령은 혼란 상태에서는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반군도 알아사드 배제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해 정치적 해결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터키도 IS 격퇴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는 인지를릭 공군기지 사용허가의 대가로 시리아 북부에 안전지대 설정을 얻어내 알아사드 정권 축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른바 'IS 없는 지대'(IS free zone)로 알려진 안전지대는 정부군과 싸우는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구상된 것이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정부군의 공습을 저지하고 반군에 기지를 제공하며 터키 내 시리아 난민들을 이곳으로 옮겨 완충지대를 세운다는 계획이나 미국의 반대로 일단 IS 격퇴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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