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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북중, 외교수장 만남 여부 '침묵'…결국 불발?
ARF서 無접촉 '이례적'…냉랭한 관계 현주소 반영
(쿠알라룸푸르·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김효정 기자 =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던 북한과 중국 외교수장이 결국 만남 없이 회의장을 떠났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의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과 이후 장성택 처형 이후 냉랭한 기류가 이어져 온 양국 관계의 현주소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북한과 중국 정부 모두 이번 아세안 관련 연례 외교장관 회의 기간에 상대방과 접촉을 가졌는지를 현재까지 전혀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가한 리수용 외무상이 러시아, 미얀마, 몽골, 인도네시아, 라오스, 파키스탄, 인도와 양자 접촉을 가졌다고 전했지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십수 개 나라 대표단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리 외무상을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과 중국 대표단 간 싸늘한 기류는 회의장인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세계무역센터(PWTC)에서 이미 감지된 바 있다.
북측의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6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북중간 접촉 여부에 대한 질문에 "회의를 취재하는 만큼 어떤 국가들과 우리 외무상이 만났는지 매우 분명하게 알 거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중국 측도 같은 날 밤까지 북한 측과 만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당사국 외교수장이 모두 모이는 ARF에서 '혈맹관계'인 북중이 접촉을 갖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ARF에서는 북중관계가 소원한 가운데서도 리 외무상과 왕 부장이 양자회담을 했다.
다만, 당시 중국 외교부가 양국간 회담 사실을 공개한 반면 지난해에도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에서 리 외무상의 양자회담 소식을 전하며 왕 부장과의 회담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올해도 양국이 접촉을 가졌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북 3성을 잇따라 방문하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6·25 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경의를 나타내는 등 북중간 '해빙'으로 보이는 흐름도 나타나면서 양국 외교수장이 만나 관계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양국의 고위급 교류가 장기간 단절된 상태임을 감안하면, 리 외무상과 왕 부장이 전격적인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고위급 왕래는 지난해 2월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 지난해 3월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양국 외교수장이 회담에서 만나면 다음 달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김 위원장 등 북측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북한이 리 차석대사의 회견과 리 외무상의 ARF 연설 등을 통해 다양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번 회의의 최대 현안인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점도 데면데면한 양국 관계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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