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무장 백인 살인 사건엔 분노하지 않나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08 01: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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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총격에 사망한 희생자 유족 '인종 역차별'에 불만

"왜 비무장 백인 살인 사건엔 분노하지 않나요?"

경관 총격에 사망한 희생자 유족 '인종 역차별'에 불만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최근 미국에서 비무장 백인 청년이 경관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인권 단체나 언론 모두 이상하리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자 참다못한 희생자의 유족이 백인 경관의 무차별 총격에 사망한 비무장 흑인 청년 사건 때와 너무나 다른 반응이라며 '인종 역차별'에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백인 청년 재커리 해먼드(19)는 지난달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세네카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 주차장에서 여자 친구 토리 모튼과 데이트를 즐기던 중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모튼의 약물 거래를 추적하던 잠복 경관 2명이 약물을 사려고 그에게 접근하던 과정에서 차 안에 있던 해먼드는 총 두 발을 맞고 절명했다.

경찰은 마리화나 10g을 소지한 혐의로 모튼을 체포했다.

수사 결과 사망 당시 해먼드는 비무장 상태였다.

경찰은 당시 해먼드가 경관을 향해 차로 돌진하려 했다며 경관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발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먼드의 유족이 따로 부검한 내용을 보면, 두 발의 총알은 해먼드의 등 뒤에서 발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먼드의 왼쪽 어깨를 관통해 폐와 심장을 파고든 두 번째 총탄이 치명적이었다.

백인 경관이 잘못된 공권력을 사용해 비무장 흑인을 살해하는 일은 지난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미국 전역의 흑인 사회와 인권 단체는 흑인을 겨냥한 백인 경관의 무자비한 탄압을 규탄하며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운동을 펼쳤다.

백인 경관의 무차별 공권력 집행이라는 공통점에도 희생자의 인종이 흑인이 아닌 백인인 이번 사건에서는 그러나 경찰의 잔혹한 행위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해먼드 유족의 변호사인 에릭 블랜드는 "무척 슬픈 사실은 언론과 정부가 이번 사실을 대하는 태도"라면서 "희생자가 흑인일 때와는 너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그러한 위선이 무척 당혹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랜드 변호사는 "사건의 이슈가 희생자의 인종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공권력 집행이 정당화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왜 비무장 청년이 총에 맞아야 했는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해먼드 사건이 점차 알려지면서 '흑인의 삶은 중요하다'는 슬로건에 맞서 '모든 이의 삶은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꼬집는 반응도 늘고 있다.

흑인 사회는 일부 백인들이 사용하는 '모든 이의 삶은 중요하다'는 문구를 미국 내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을 가려 사안을 물타기 하려는 표현으로 생각해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숨진 용의자가 경찰의 제지에도 차를 몰려 했다는 점에서 지난달 신시내티 대학에서 벌어진 비무장 흑인의 살인 사건과 비슷하다. 하지만, 경찰과 언론의 대응은 판이하다.

지난달 19일 신시내티 대학 경찰인 백인 경관 레이 텐싱은 자동차 번호판이 없다는 이유로 비무장 흑인 새뮤얼 듀보스의 차량을 세웠다. 면허증 제시를 둘러싸고 승강이를 벌이던 중 듀보스가 차를 몰고 달아나자 텐싱은 총을 발포해 그를 살해했다.

언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신시내티 경찰은 곧바로 당시 총격 장면이 담긴 감시 카메라 영상을 공개했고, 총을 쏠 때 듀보스의 차량이 움직이지 않은 것을 확인한 검찰은 텐싱 경관을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와 달리 해먼드 사건은 여러 주장이 상충하는 상황임에도 희생자 유족의 판단처럼 해먼드가 백인인 탓에 좀처럼 전국적인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차량 이동에 대한 세네카 경찰의 발표는 물론 총을 발사한 위치를 놓고 유족과 경찰의 180도 다른 주장 역시 꼭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사법 당국은 사건 장면이 담긴 영상을 내부 검토를 거쳐 곧 공개할 예정이다. 세네카 경찰도 직무 정지 중인 발포 경관의 이름을 조만간 밝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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