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사죄' 유사한 문구도 없다→10일 '사죄' 있다 보도로 미묘한 변화
구색 갖추기 넘어 과거사 직시할지 관건…막판까지 저울질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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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를 돌아보고 21세기의 세계 질서와 일본의 역할을 구상하기 위한 유식자 간담회'(21세기 구상 간담회)의 좌장인 니시무로 다이조(西室泰三) 닛폰유세이(日本郵政) 사장으로부터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 관한 보고서를 받는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AP=연합뉴스) |
보수진영까지 연일 압박…아베 담화 '사죄·침략' 넣을까
전문가 보고서·정치원로·보수언론 일제히 쓴소리…"침략 인정해야"
9일 '사죄' 유사한 문구도 없다→10일 '사죄' 있다 보도로 미묘한 변화
구색 갖추기 넘어 과거사 직시할지 관건…막판까지 저울질할 듯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일인 14일을 앞두고 '침략', '식민지배'라는 표현을 비롯해 아베의 최대 금기어인 '사죄'도 담화에 반영해야한다는 여론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선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담화에서 침략을 인정하라고 지난 7일부터 여러 매체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발행 부수가 가장 많고 평소 아베 정권에 비교적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요미우리(讀賣)신문조차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전하는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이 '식민지배와 침략'이 제대로 명기되지 않은 담화 초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화에 관한 견해를 듣기 위해 설치한 '21세기 구상 간담회'까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명기한 보고서를 지난 6일 내놓아 아베 총리가 이들 표현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죄'는 일찌감치 담화에서 배제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담화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압박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아사히 신문이 "아베 총리가 지난 7일 밤 회동에서 자민·공명당 간부들에게 보여준 담화 초안에 전후 50년 담화인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전후 60년 담화인 고이즈미(小泉) 담화에 포함된 '사죄'는 물론 그와 유사한 문구도 없었다"고 보도할 때까지만 해도 '사죄'는 포함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NHK는 10일 '식민지 지배', '침략' '사죄' 등의 표현이 담화의 원안에 모두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 등을 바탕으로 아베 총리가 여론을 의식해 담화 문구를 고심 중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월 초 검토 중인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추진, 대만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반영하라는 요구를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고, 원전 재가동, 집단자위권 법안 처리,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아베 총리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아베 총리가 침략이라는 단어를 반영하되 일본의 행위를 특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세계 공통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위로서 이를 거론할 것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 아니라 구색 갖추기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4월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1955년 반둥회의 원칙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침략을 거론했고 같은 달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는 사죄 없이 '깊은 후회'를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계 일각에서는 이에 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아베 총리는 이런 경험에 비춰 명확한 사죄를 하는 대신 유사한 단어를 적당히 배합해 얼버무릴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村山)담화를 계승한다는 내용을 담화에 반영하는 것으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각의 결정을 거쳐 담화를 발표하기로 한 만큼 남은 기간 공명당과의 물밑 조율을 반복하며 표현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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