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경비 낭비 '현미경 검증'…장관·의원 '혼쭐'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하원의장이 단거리 이동에 전세헬기를 이용하는 등 세금을 허투루 썼다는 비난을 받고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 호주의 고위관리들과 정치인들이 여행경비 사용과 관련한 '현미경 검증'에 혼쭐나고 있다.
이들은 사적인 행사에 참석하거나 연말 휴가를 보내는 데 공금을 썼다는 의혹이 연일 이어지자 다른 공식 일정을 수행 중이었다고 둘러대며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10일 ABC방송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집권 자유당 소속 조 호키 연방 재무장관은 야당 의원으로 재직하던 2013년 4월 시드니에서 서부 퍼스로 출장을 가면서 방학 중인 아이를 포함한 가족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키 장관은 당시 가족들의 왕복항공권 등 항공요금 8천 호주달러(690만원)를 비롯해 총 1만4천 호주달러(1천200만원)를 여행 비용으로 청구했다.
호키 장관 측은 가족여행을 하면서 공금을 썼다는 의혹을 받자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때로 현지 주정부의 총리와 재무장관, 언론인, 에너지 업체 관계자 등을 매일 만났다"며 보좌관도 함께 갔다고 해명했다.
호주 의원들에게는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을 만날 때 가족 구성원들의 항공료가 제공되지만, 이는 가족이 공식 업무에 참여할 때로 한정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파인 연방 교육장관도 2009년 성탄절부터 새해 사이에 가족 3명과 함께 자택이 있는 애들레이드로부터 시드니로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공금 5천 호주달러(430만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파인 장관은 당시 야당 대표였던 토니 애벗 현 총리를 만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휴가철에 가족들과 여행을 하면서 항공료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자유당 중진 상원의원들인 에릭 아베츠와 코리 베르나르디는 2012년 정부지출이 낭비되는 것을 막겠다며 출범한 우파 성향 시민단체 행사에 참석하면서 항공료로 공금 2천 호주달러(170만원) 이상을 써 구설에 올랐다.
야당 인사들도 예외는 없었다.
제1야당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노조 행사 참석을 하는 날 1천300 호주달러(110만원)를 썼으나 노조 행사 외에 다른 공식 일정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노동당 중진 토니 버크 의원은 브론윈 비숍 하원의장이 여행경비 낭비 문제로 궁지에 몰렸을 때 맹비난을 했는데 정작 자신도 공금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나 '위선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버크 위원은 2012년 음악회에 가거나 가족여행을 했으면서도 1만2천 호주달러(1천만원)의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버크 의원은 의원들에게 부여된 혜택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사회의 기대에는 어긋난다는 점을 시인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처럼 의원과 그 가족들에 대한 특혜가 계속 도마에 오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인 한 남성은 자신도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사이트까지 만들며 의원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애벗 총리도 의원들에 대한 일부 혜택이 국민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며 이들 혜택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브론윈 비숍 하원의장은 소속 자유당 모금행사 참석차 80㎞를 이동하면서 전세헬기를 이용한 사실이 지난달 공개되면서 결국 지난 2일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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