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반역죄 검찰조사 대상'에 연방의원도 거론
검찰총장 해임 후에도 여진…선출권력의 임명권력 통제 주목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국가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이 이 기관의 문서를 활용한 언론보도를 문제 삼아 검찰에 제출한 소장에 언론인 2명뿐 아니라 연방의원들도 함께 거론했다고 주간지 슈피겔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피겔은 이날 발매된 최근호에서 한스-게오르크 마센 헌법수호청장이 앞서 익명으로 말한 몇 사람은 정보문서 관련 연방의회 '9인 위원회' 소속 의원들로 확인됐다고 헌법수호청이 지난 3월 25일과 4월 중순에 독일 검찰에 제출한 소장을 인용해 전했다.
독일 검찰은 헌법수호청의 소장을 근거로 인터넷 탐사보도매체 '넷츠폴리틱'의 언론인 2명을 국가반역죄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제동이 걸린 데 이어 하랄트 랑게 검찰총장이 해임되는 사태를 겪었다.
대연정 소수당 파트너인 사회민주당 등 정치권의 해임 요구가 잇따른 가운데 단행된 이번 검찰총장 경질은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이 지난 4일 휴가 중이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협의를 거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독일 검찰과 헌법수호청은 연방의회에 제출된 기밀문서와, 넷츠폴리틱 기자들이 소개한 사안이 문구까지 일치한다는 점에서 몇몇 의원들이 유출한 문서 내용이 언론에 인용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넷츠폴리틱은 지난 2월 헌법수호청이 온라인 감시 강화를 위해 자금을 늘린다고 보도한 데 이어 4월에는 SNS 웹사이트를 감시하기 위한 신규 부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마스 법무장관은 이후 넷츠폴리틱 기자들이 국가반란죄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큰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자, 넷츠폴리틱이 과연 국가에 악영향을 주는 기밀을 노출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시각을 밝히며 검찰에 거리를 뒀다.
그러나 랑게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 외부전문가 견해를 수집하는 검찰의 수사 절차를 정부가 중단하라고 했다고 주장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고, 이에 정부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는 등 논란이 번진 끝에 총장 경질 사태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독일 정부가 기밀취급보다는 언론자유에 무게를 두는 동시에 직접선출권력인 정권 담당세력이 임명권력인 사법 통제에 분명하게 나섰다는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독일에선 1962년 슈피겔이 서독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계획과 훈련상황 관련 문제점을 보도하자 콘라트 아데나워 정권이 슈피겔 발행인과 기자들을 붙잡아 국가반역죄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