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하' 역풍 트럼프 "사과할 사람은 나 아닌 켈리"
켈리 "날 제칠 수 없다면 어떻게 푸틴을 상대 하나"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여성 비하' 발언으로 거센 역풍에 휩싸인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10일(현지시간) 사과 대신 오히려 논란의 책임을 폭스 뉴스의 여성 간판 앵커 메긴 켈리에게 돌리며 공세적 입장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이날 MSNBC 방송의 '모닝 조'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켈리"라면서 "명백한 사실은 첫 TV 토론에서 켈리가 나한테 부적절한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고, 따라서 켈리는 정말로 내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켈리는 지난 6일 폭스 뉴스 주최로 열린 첫 TV 토론에서 "당신은 싫어하는 여자들을 뚱뚱한 돼지나 개, 속물, 그리고 역겨운 동물로 불렀다"며 트럼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송곳 질문'을 던져 트럼프를 적잖이 당황하게 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트럼프는 방송 다음 날인 7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는 켈리가 월경 탓에 예민해져 토론에서 자신을 괴롭힌 것이 아니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성 비하적 표현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이날도 거듭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그런 말(월경 암시)을 하지 않았다. 웃긴 일이다. 누가 감히 그런 말을 하겠느냐"면서 "내가 방송에서 말을 끝까지 다 했더라면 (다른 어딘가에서도 다음에) '귀나 코'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상적인 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어 "당시 첫 토론에서 공동 진행자인 브렛 베이어가 던진 경선결과 승복 여부에 대한 첫 질문 역시 나를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그런 다음 곧바로 켈리가 횡설수설하며 나한테 멍청한 질문을 던졌는데 그녀는 매우 화가 나 있었고 당신도 그녀의 눈에서 화가 분출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시 토론이 처음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진행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런 편파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인 켈리는 전날 자사의 '미디어버즈'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나의 의도는 후보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파고들고 그들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다"면서 "그 이유는 바로 그런 이슈들이 바로 본선에서 공화당이 맞닥뜨릴 약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켈리는 또 "나를 제칠 수 없다면 어떻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켈리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나는 괜찮다. 나는 이미 다 큰 여자이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켈리 인터뷰는 트럼프의 논란성 '피' 발언이 나오기 전에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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