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현실과 환상의 엇박자 '퇴마-무녀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1 17: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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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현실과 환상의 엇박자 '퇴마-무녀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 진명(김성균)은 조수이자 영매인 지광(김혜성)과 함께 사람에 씌인 영혼을 물리치는 퇴마사다.

어느 날 진명은 친한 선배에게서 의문의 메일을 받고 얼마 뒤 선배의 부고를 듣는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선배의 아내 금주(유선)는 수시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고 정신을 잃는다.

금주는 딸에게도 위험이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빠지자 진명에게 부탁해 치료를 시작한다. 프로그램을 위해 진명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방송국 PD 혜인(차예련)도 이 과정을 지켜본다.

'퇴마-무녀굴'은 일단 소재 면에서 흥미로운 공포영화다.

사람에게 다른 영혼이 옮겨 붙는 현상인 빙의부터 인간과 영적 존재의 교류인 샤머니즘, 인간과 영혼의 매개자 영매, 십자가를 들고 악귀를 쫓는 퇴마 의식, 다중인격 정신질환까지 동서고금을 오가는 다양한 소재를 끌어다 적절히 버무렸다.

모골이 송연한 장면도 꽤 많아 공포영화로서 임무를 잘 수행한다.

그러나 영화는 미진한 느낌을 씻어내지 못한다.

영화는 초현실적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현실에 바탕을 두겠다는 욕심을 끝까지 버리지 못한다. 역사상 실재했던 사건을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끌어다 쓴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실에 뿌리를 둔 환상 또는 공포는 그 현실을 충분히 소화하고 난 뒤에만 나올 수 있다. 슬픔이 뒤섞인 서늘한 공포를 안길 수도 있었던 이야기지만, 영화는 결국 이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을 창작자가 과연 깊이 이해하고 보듬어 안은 것인지, 단순히 차용만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남긴다.

뒷맛이 개운하지 못한 결말에 이르면 이 의문은 더욱 커진다. 공포물 또는 스릴러물을 만드는 이들이 이야기를 끝맺으려고 손쉽게 가져다 쓰곤 하는 '여성성' 또는 '모성'은 이번 영화에서 또다시 쓰였다. 활용과 남용의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적절했다기보다는 지나쳤다는 인상이 강하다.

배우들은 제 역할을 다했다.

김성균은 과장되지 않은 진중한 연기를 펼치고 유선도 영혼이 왔다갈 때마다 완전히 딴사람이 되는 모습을 잘 소화했다. 김혜성과 차예련 역시 꽤 안정적인 연기로 이야기를 받쳐낸다.

의사인 동시에 퇴마사 역할을 하는 김성균은 "판타지에 나오는 그런 의상을 기대했는데 일상적인 복장이어서 퇴마 도구를 휘두를 때 이게 맞나 싶었다"며 "실제로 영화를 보니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휘 감독은 '댄싱퀸' 원안자이자 '하모니', '해운대' 각본가 출신으로 강풀 만화를 영화화한 '이웃사람'을 연출했다.

20일 개봉.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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