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선 항일 혁명가 부부의 삶과 사랑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2 09:39:58
  • -
  • +
  • 인쇄
김찬·도개손 평전 '사랑할 때와 죽을 때'

국경을 넘어선 항일 혁명가 부부의 삶과 사랑

김찬·도개손 평전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나는 그 사람을 포기할 수 없어요. 나와 그 사람에 대한 죄상이 진실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나와 그 사람에 대한 진실이 조작된 이상, 나만 조작된 거짓에서 빠져나올 순 없어요. 이것은 그이와의 사랑 이전에 진실을 위한 싸움 문제에요." (투옥된 도개손이 자신을 회유하는 가족에게 한 말.)

김찬(1911∼1939)과 도개손(1912∼1939) 부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함께 싸웠고 결국 처절한 최후를 맞이한 이들의 짧은 삶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이들 부부의 생애를 다룬 평전이 광복절을 앞두고 출간됐다.

기자 출신의 저자 원희복 씨가 쓴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김찬 부부가 독립운동에 뛰어든 시기부터 일제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를 다룬다.

당시 독립운동가 부부는 종종 있었지만, 도개손이 중국인 그것도, 중국 명문가의 자제이자 베이징대 최초 이과계 여학생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삶은 더욱 특별했다.

김찬은 독립운동가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공부했고 그곳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받아들여 혁명적 노동운동을 통해 조선공산당을 재건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김찬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했고, 공청단 활동 중 영원한 동지이자 연인인 도개손과 처음 만나게 된다.

김찬은 조국 조선의 독립을 위해, 도개손은 조국 중국을 지키고자 일제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많은 시련을 극복했다.

그러나 이들의 최후는 엉뚱한 곳에서 촉발됐다.

중국 연안의 전선으로 가 항일투쟁에 합류하라는 지령을 받은 김찬 부부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보안처로 끌려갔다.

당시 소련에서는 트로츠키 잔당에 대한 대숙청이 진행되고 있었고 그 여파가 중국으로까지 번지면서 엉뚱하게 김찬 부부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들에게 일제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어 총살했다.

투옥 당시 도개손은 조선인 남편을 버리라는 가족의 회유를 받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하고 남편과 한날한시 죽는 것을 택했다.

중국에서 죽음을 맞았고 사회주의 노선을 걸었던 탓에 한국에서 이들 부부는 점점 잊혀 갔다.

저자는 "김찬은 1930년대라는 시간대와 조선과 중국이라는 공간대에서, 특히 사회주의 노동운동에 있어서 가장 상징적 인물"이라며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기억의 망각에서 끄집어낸 이유를 설명했다.

공명. 320쪽. 1만7천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