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자리 지킨 광화문글판…거쳐 간 이야기들
교보문고, 글귀 엮은 책 개정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2011년 여름, 세종대로 사거리 앞 교보빌딩에 걸린 '광화문글판'에는 정현종의 시 '방문객' 일부가 쓰였다.
이 글귀는 1991년 교보생명이 처음 글판을 내건 이래 건물에 걸린 72편의 글귀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글로 뽑혔다.
이 외에도 고은 시인의 문장 "길이 없으면 / 길을 만들며 간다 /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일본 시인 시바타 도요가 쓴 "있잖아, / 힘들다고 한숨 짓지 마 / 햇살과 바람은 / 한쪽 편만 들지 않아"는 특히나 많은 울림을 준 글귀로 꼽힌다.
광화문글판은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래 25년째 한 자리에서 시민의 길을 지켰다. 3개월에 한 번, 1년에 네 차례씩 새로운 글귀를 선보이면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글판 글귀는 시인, 소설가, 교수, 문학평론가,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된다. 위원들은 교보생명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 공모작과 선정위원의 추천작을 놓고 투표와 토론을 거쳐 최종작을 결정한다.
교보문고는 그동안 광화문글판을 장식한 글귀와, 글귀가 나온 원문 전체를 수록한 책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최근 개정 출간했다.
책은 첫 글판부터 연도별로 모은 광화문글판 사진과 글판 디자인·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수상자 인터뷰 등을 소개한다. 광화문글판의 제작 과정도 상세히 설명한다. 시인 문정희를 비롯해 시민들이 직접 광화문글판을 보고 깨달은 가족 간의 사랑과 삶의 희망을 적은 글도 수록됐다.
256쪽. 1만2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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