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사진찍어 창피주기' 뉴욕경찰 대책 논란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늘어나는 노숙자 문제로 골치를 앓는 미국 뉴욕에서 경찰단체가 노숙자 사진을 모아 인터넷에 공개해 고의적인 망신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 경찰공제회(SBA)는 최근 회원들에게 스마트폰으로 뉴욕 거리에서 노숙자들의 사진을 찍을 것을 장려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뉴욕포스트, 워싱턴포스트(WP), BBC 방송 등 외신들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찰의 근무 중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는 점을 의식해 비번일 때나 출근길에 틈틈이 사진을 찍고,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사진 촬영을 부탁하라는 지침을 함께 내려보냈다.
뉴욕포스트가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에드 멀린스 SBA 대표는 "우리의 거리에 누워있는 노숙자들, 공격적으로 구걸하는 걸인들, 공공장소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들, 야외에서 마약 활동에 관여하는 사람들, 그밖에 삶의 질을 침해하는 모든 종류의 행동들을 촬영하라"고 공지했다.
경찰공제회는 회원들이 찍은 사진을 이번 주부터 인터넷 앨범 서비스인 '플리커'를 통해 공개했다.
'까꿍'(Peek-A-Boo)이라는 제목의 이 앨범은 거리 구석에서 소변을 보는 노숙자, 담요로 감싼 채 벤치나 길바닥에서 잠을 자는 노숙자 등의 사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진 공개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숙자 이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계기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경찰이 빈민들에게 창피를 준다는 비판이 더 많이 제기됐다.
이번 조치는 경찰의 적극적인 공권력 집행에 대해 부정적인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겨냥한 경찰 측의 여론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경찰은 구걸이나 공공기물 파손 등의 가벼운 범죄도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philosophy)에 따라 경범죄에도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블라지오 시장은 이런 방침을 개선하라고 압박해왔다.
이에 멀린스 대표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뉴욕시는 (범죄에) 관대한 곳이 됐다"며 "마리화나를 피워도 되고, 공공장소에서 소변을 봐도 되고, 거리에서 노숙을 해도 되기 때문에 우리는 (범죄자들에게) 공개 초대장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뉴욕시 측을 비난했다.
반면 뉴욕시는 2013년 6만7천 명이었던 시내 노숙자가 지난해 말 7만5천 명으로 늘어나자 최근 노숙자 정신건강 개선에 2천200만 달러(약 261억원), 주택임대를 위해 1억 달러(약 1188억원)를 각각 투입하는 내용의 지원 대책을 내놔 경찰과 다른 접근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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