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조선인 전우를 위해 법정에 선 72세 일본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3 08: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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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마 에이지 신간 '일본 양심의 탄생'

'일본군' 조선인 전우를 위해 법정에 선 72세 일본인

오구마 에이지 신간 '일본 양심의 탄생'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1925년생의 일본군 출신 오구마 겐지는 1996년 9월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다.

소련군 포로로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을 할 당시 같이 있었던 '조선인 일본군' 오웅근 씨와 공동원고로 제출한 소장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된 조선, 중국, 대만 출신 일본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과 공식사죄가 요구사항으로 적혔다.

일본 정부가 전쟁포로로 잡혔던 일본군 출신 일본인에게 '위로금'을 주기로 하면서 다른 국적의 일본군은 배제한 데 따른 행동이었다.

오구마 겐지의 아들이자 일본의 '행동하는 지식인' 오구마 에이지 일본 게이오키주쿠대 교수는 저서 '일본 양심의 탄생'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암울했던 역사와 이를 외면하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따끔하게 꼬집는다.

오구마 겐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도시 하층민에 가까웠던 그는 엄혹한 역사에 휘말려 군에 입대하고 전쟁포로가 되고 패전 후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 중산층이 된 평범한 인물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위로금 지급을 계기로 조선인 혹은 중국인 일본군이 받았던, 그리고 계속 받고 있는 부당한 처우를 고민하게 된다.

당시 소련의 포로가 된 조선인 일본군은 약 1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자신이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 국적자가 됐고 일본군에 강제징용됐다.

그러나 일본은 패전 후 이들의 일본 국적을 일방적으로 박탈하고 보상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버렸다.

오구마 겐지는 우연한 기회에 당시 함께 수용소 생활을 했던 오웅근 씨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고, 그에게 자신이 받은 보상금의 절반을 보낸다.

나아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전쟁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공식적으로 법의 도마 위에 올린다.

결과는 원고 패소.

법원은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국민이 다 같이 참고 견뎌야 하는 전쟁피해이므로 보상할 수 없다', 공식사죄 요구에는 '입법부의 재량 판단'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일본의 노골적인 역사 왜곡으로 한일관계는 순탄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반일정서가 커지고 있듯 일본에서도 혐한 기류가 거센 상황이지만, 반대로 아베 신조 정권의 극우성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선 이들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한국 독자에게 일본 내 양심을 가지고 저항하는 이들을 곱씹어볼 기회를 마련해준다.

동아시아. 35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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