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현지 외국공관 중 최대 규모…매년 55만명 미국 관광객 유입
`영욕의 반세기' 아바나 美대사관 이젠 화해의 상징?
53년 모더니즘 건물 '위용'…단교후 '제국주의 표상' 전락
쿠바 현지 외국공관 중 최대 규모…매년 55만명 미국 관광객 유입
(아바나<쿠바>=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성조기가 다시 나부낀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영욕의 반세기를 겪어낸 미·쿠바 관계의 상징이다.
아바나의 말레콘 해변 방파제의 중심에 서서 양국관계의 부침과 풍파를 가장 생생하게 목도한 '역사의 증인'인 셈이다.
7층 높이의 직사각형 콘크리트 빌딩인 이 건물은 1953년 신축됐을 때만 해도, 쿠바 내에서 절대적이었던 미국의 위상을 상징하듯 현대적 건축양식의 위용을 한 껏 뽐냈다.
모더니즘과 브루털리즘(거대한 콘크리트나 철제 블록 등을 사용한 건축 양식)을 혼합한 이 건물은 유명 건축회사인 '해리슨 앤 아라모비츠'가 설계를 맡았다. 또 조경건축가인 토머스 돌리버 처치가 정원을 가꾸고 고급 가구회사인 놀 어소시에이츠가 내부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당시 대사관 주변에는 늘 미국행 비자를 받으려는 쿠바인들이 북새통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1950년대 후반 얼 스미스 주 쿠바 대사는 의회 증언에 나와 "카스트로 이전에는 미국 대사가 대통령으로 가장 중요한 인사였고, 때때로는 대통령보다 더 중요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당시 아바나의 가장 아름다운 말레콘 해변의 부지를 고른 뒤 전후 보상금 50만 달러를 종자돈으로 건축을 진행했다고 대사관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하고 외교관계를 단절한 뒤로는 '주인없는 집'이자 '제국주의의 표상'이 됐다. 카스트로는 늘 이 건물을 보고는 "스파이의 본산"이라고 적의에 찬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카스트로는 단교 이후 2년만에 이 건물을 강제수용하라고 지시했으나, 실제로 집행되지는 않았다.
이 건물은 단교후 16년만인 1977년 9월 이익대표부로 승격돼 사실상의 '대사관' 역할을 해왔다. 이날 현재 상주 외교관이 51명일 뿐 아니라 쿠바 현지에서 고용된 직원이 무려 4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아바나 현지 외국 공관 가운데 최대규모다. 쿠바와 가장 가까운 캐나다 대사관의 경우도 외교관 18명에 현지직원 46명에 불과하다. 냉전 시기 우방이었던 러시아는 정화한 숫자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보다는 작은 규모로 알려졌다.
미국 대사관의 규모가 커진 것은 매년 무려 55만 명의 미국인 관광객이 쿠바를 다녀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사관 측은 건물 확장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시대 적대관계의 잔재처럼 여겨졌던 이 대사관이 새로운 미·쿠바 관계의 상징물로 거듭날 수 있는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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