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에 美성조기…54년전 국기 내린 老해병들이 직접 게양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4 2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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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국무, 게양식 주재…미-쿠바 '역사적 화해' 탄력
반체제인사들 공식 초청 제외해 논란…금수조치 해제·관타나모 반환 쟁점


아바나에 美성조기…54년전 국기 내린 老해병들이 직접 게양

케리 국무, 게양식 주재…미-쿠바 '역사적 화해' 탄력

반체제인사들 공식 초청 제외해 논란…금수조치 해제·관타나모 반환 쟁점



(아바나<쿠바>=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54년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가 게양됐다.

미국 정부는 1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즈 쿠바 외무장관을 비롯한 양국 정부 고위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성조기 게양식과 대사관 재개설 행사를 갖고 쿠바와의 외교활동 재개를 공식으로 선포했다.

이로써 양국은 1961년 1월3일 외교관계를 단절한 지 54년만에 국교를 완전 복원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달 20일 각각 상대 수도에 주재하는 이익대표부를 대사관으로 승격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장관 전용기를 이용해 아바나로 내려와 미국 대사관에서 성조기 계양식을 직접 주재했다. 미국 국무장관이 쿠바를 방문한 것은 1945년 에드워드 라일리 스테티니어스 국무장관이 방문한 지 70년만의 일이다.

성조기는 1961년 1월 3일 양국의 외교관계 단절 직후 성조기를 하강했던 짐 트레이스(78) 당시 미 해병대 원사와 마이크 이스트(76) 하사, 래리 모리스(75) 상병이 같은 자리에서 다시 게양해 역사적 의미를 살렸다.

또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 출범식에서 축시를 낭독했던 쿠바계 시인인 리처드 블랑코는 미국의 대사관 재개설의 역사적 의미를 축하하고 양국의 발전을 기대하는 축시를 읽었다.

케리 장관은 성조기 계양식 후 로드리게즈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국교정상화의 의미와 향후 양국관계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케리 장관은 외교관계 단절 이후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양국 사이에서 중재 외교를 펴온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외교장관과 카톨릭계의 중재노력을 이끌어낸 아바나 대교구장인 오르테가 알라미노 추기경과도 면담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같은 날 오후 미국대사 관저에서 쿠바 외교관과 문화운동가, 기업가, 정치인, 예술가, 인권운동가, 독립언론 대표 등 각계각층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소규모의 성조기 게양행사를 가진 뒤 워싱턴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쿠바의 반체제 인사들은 대사관 재개설 행사에는 공식 초청되지 않고 관저 행사 초청자에만 포함돼, 쿠바의 인권문제를 압박해온 미국의 정책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오전 로드리게즈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쿠바 인권개선 문제를 언급했으나 어느정도 수위로 거론됐는지는 미지수다.

케리 장관은 이날 오후 스페인 식민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관광명소인 '올드 아바나' 거리를 산책하고 일반 쿠바 국민과도 만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 정부 측에서 케리 장관을 비롯해 브루스 앤드루스 상무부 부장관, 새러 블룸-러스킨 재무부 부장관, 로베르타 제이콥슨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 톰 말리노프스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차관보,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 마크 페이어스타인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 조너선 파이너 국무부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의회에서는 제프 플레이크·패트릭 리히·에이미 클로버차르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과 스티브 코헨·캐런 배스·바버라 리·짐 맥거번 하원의원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반세기만의 화해'로 일컬어지는 양국의 국교정상화는 냉전시대의 잔재인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실용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협력관계가 구축된다는 역사적 상징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은 이번 대사관 재개설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미국의 대(對) 쿠바 금수조치와 여행·무역·금융 관련 경제제재 해제를 중심으로 국교정상화 후속조치를 본격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양국은 금수조치와 경제제재 해제의 속도와 폭, 관타나모 기지 반환, 반체제인사의 처우와 집회·결사·언론·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문제, 쿠바 정부가 몰수한 미국인 자산 반환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적지않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쿠바는 지난 반세기에 걸친 미국의 금수조치로 1천160억∼2천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며 이를 보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역으로 미국은 쿠바 정부가 몰수한 70억∼8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반환하고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89세 생일을 맞은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은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은 경제 봉쇄로 쿠바에 많은 빚을 졌다"고 말했다.

양국의 후속조치 협의에 따라서는 국교정상화를 이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아바나를 공식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케리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라울 의장이나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은 만나지 않았다.

쿠바를 방문한 마지막 미국 대통령은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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