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라운 前총리 "노동당, 시위 정당이 아닌 대안 정당 돼야"
당수경쟁 선두 '강성좌파' 코빈에 견제구…블레어도 "코빈 당선 땐 노동당 절멸 위기"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역대 영국 노동당 총리들이 차기 당수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강성 좌파' 제러미 코빈 후보가 당선되면 2020년 총선에서 노동당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나섰다.
2007~2010년 노동당 정부를 이끈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런던에서 한 연설에서 "어떤 개별 후보를 공격하려고 여기 온 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많은 사람들이 노동당을 '대혼란'에 빠진 정당으로 보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답은 저항과 시위의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당은 반(反) 세계화 정당이 돼선 안 되며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만 단지 말해선 안되며 과거 정책으로 되돌아가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경쟁후보들 진영에서 코빈 의원을 강력한 감정과 열정들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지만 선출될 수 없는 '시위의 정치인'으로 깎아내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브라운 총리의 발언은 코빈 지도 아래의 노동당이 돼선 안 된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브라운은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는 최선의 길은 노동당이 신뢰할 만한, 개혁적인, 선출될 수 있는 대안 정부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보수당의 희미한 모방도 아니고 영원한 시위의 정당도 아닌 정부가 되는 정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BBC 방송은 브라운 전 총리가 연설에서 명확히 한 대목은 권력을 얻지 못하는 한 원칙과 신념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서 코빈 의원을 비꼬았다고 해석했다.
앞서 1994~2007년 노동당 정부를 이끈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코빈이 당선되면 "노동당이 절멸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블레어 전 총리는 한 언론 기고를 통해 "코빈이 당선되면 노동당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고 '절멸'(annihilation)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당원들을 향해 "절벽을 향해 눈을 감고 두 팔 벌려 걸어들어가지 말라"며 "당신이 당내 좌파든, 우파든, 중도든, 그리고 나를 지지하든, 미워하든 관계없이 노동당이 처한 위험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앞서 지난달에도 코빈 후보를 겨냥해 "노동당은 중도로 승리할 수 있다. 전통적인 좌파 공약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코빈 의원은 공공부문 노조단체인 옛 전국공무원노조(NUPE)의 상임 활동가로 일한 노조 출신으로 당내 대표적 '강성 좌파'로 꼽힌다.
그는 보수당 정부가 밀어붙이는 재정 긴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철도 국유화를 주창해왔다. 최근엔 전기·가스 메이저업체의 국유화 희망도 피력했다.
아울러 100억 파운드(약 18조원)를 조성해 대학 수업료를 면제하고 서민층 가정의 대학생에게 생활보조금으로 주는 교육지원금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원은 연소득 5만 파운드(9천만원) 이상의 부유층에게 국민보험(NI) 부담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으로 삼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빈 후보는 2020년 총선에서 노동당 승리 가능성을 높일 최선의 후보와 패배를 초래할 최악의 후보 두 가지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노동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코빈 후보에 대한 지지와 거부가 극명하게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차기 당수 경쟁 선거 일정이 시작된 가운데 코빈 의원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노동당은 지난 14일 당원 30만명, 노조 연계 지지자 19만명, 일반 지지자 12만명 등 총 61만명을 유권자로 당수 선출을 위한 우편투표 일정을 시작했다. 차기 당수는 내달 12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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