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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오페라단 제공>> |
"무대 서고 싶어요"…오디션에 몰린 성악가들
국립오페라단 2015-2016년 공연 오디션에 240명 응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17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뒤편 국립예술단체 연습동 2층 공용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출연자 공개 오디션 현장.
중후한 풍채와 음색의 남성 성악가들이 한 사람씩 들어와 피아노 옆에 섰다. 팽팽한 긴장감과 피아노 선율만이 흐르는 이 텅 빈 강당에 관객이라고는 '매의 눈'을 한 12명의 심사위원뿐이었지만 성악가들은 마치 오페라 무대에 선 것처럼 감정선과 연기를 놓지 않은 채 온 힘을 다해 노래했다.
이번 오디션은 국립오페라단이 2013년 이후 2년여 만에 여는 대규모 공개 오디션이다.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의 전문 성악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놨다.
19일까지 이어지는 1, 2차 오디션에서 선발된 성악가들은 올해 하반기 작품인 '진주조개잡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 내년 지역 공연인 '라트라비아타' 등 6개 공연에 주조역 등으로 서게 된다.
성악가들이 괜찮은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누구나 탐낼 기회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오디션에는 24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무대 경력이 없는 신인에서부터 대학교수 경력자까지, 국내는 물론 외국에 머무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신인보다는 국내외에서 활동 경력이 있지만 좀 더 좋은 기회를 잡고 싶어하는 30∼40대 성악가들이 대다수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오디션을 시작으로 앞으로 시즌별 정기, 수시 오디션을 통해 출연자를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캐스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실력 있는 성악가들에게 출연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이 때문인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당장 눈앞에 닥친 오디션에 대한 긴장감과 더불어 향후 늘어날 기회에 대한 대한 기대감도 컸다.
대기실에서 만난 메조소프라노 손정아(35) 씨는 "전 파트에 걸쳐 신인부터 중견 연주자까지 폭넓게 공개 오디션을 한다는 것은 성악가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라며 "지금 성악가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센세이셔널한 이슈"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손 씨는 "국립오페라단 무대에 선다는 것은 한국 오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가는 것과 같다"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이번 오디션을 위해 사흘 전 귀국했다는 바리톤 박세훈(34) 씨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무대가 많이 없었는데 공개 오디션 기회를 줘서 반갑다"며 "이런 기회가 많아야 한국 성악가들이 외국에서 활동하며 배운 것들을 나눌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응시자는 "국내 성악가들도 기량이 그렇게 뒤지지 않는데 그동안 국립오페라단에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만 많이 무대에 세웠던 것 같다"며 "앞으로 공정한 심사를 통해 무대에 설 기회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날 오디션 현장에서 만난 김학민 예술감독은 "오디션은 캐스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국립오페라단은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라고 말하는 성악가들이 많았는데 수시, 정기 오디션이 일종의 신문고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 있어 오디션을 보러 국내에 들어오기 쉽지 않은 성악가들은 홈페이지 신청을 통해 수시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중견 성악가의 경우 비공개 오디션 등 자존심과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예술감독은 "예전처럼 단순히 사람을 지목해 무대에 올리는 방식은 지양하고 반드시 노래를 통해서 해당 작품과 배역에 맞는 사람을 발탁할 것"이라며 "오디션이라는 장치 안에 보다 많은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라면 모셔와야 할 것"이라며 "결국 균형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립오페라단은 심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위원단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오페라 연출가인 김학민 예술감독을 비롯해 지휘자 정치용·김덕기, 소프라노 박정원, 오페라 코치 정호정, 오페라 연출가 최지형 등 오페라 각 분야의 전문가 12명으로 심사위원단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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