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현대글로비스 지향…물류업계는 물론 해운업계도 ‘긴장’
(서울=포커스뉴스) LG그룹이 선박을 직접 구입해, 운영에 나선다. 단순히 그룹 내 물류 기능 통합을 넘어서, 직접 선단 운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셈이다.
28일 재계 등에 따르면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범한판토스는 신조선박이나 선령 2년에서 5년 이내의 중고선박 인수를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주로 액체 화물을 취급하는 벌크선이 1차 구입대상이 될 전망이다. 범한판토스는 해상과 항공운송, 보관 및 통관, 물류 컨설팅 등 다양한 물류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직접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일정 리스료를 지급하는 용선 대신 직접 선단 운영에 나서기로 한 표면적인 이유에는 일단 비용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글로벌 경기와 함께 해운업이 장기 침체의 길을 걷는 가운데 선박 구입비가 크게 떨어졌다. 선령이 오래된 선박의 경우 거의 같은 톤수의 '고철값'에 그치고 있을 정도다. 신조 선박도 마찬가지다. 조선사들의 저가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롭게 건조된 선박 값도 과거에 비하면 매우 낮다. 결국, 용선보다 직접 선단을 운영하는 편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물론, 선단 운영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그룹의 물류 사업 강화에 있다.
LG상사는 올해 방계 물류회사였던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범한판토스는 곧이어 LG전자의 물류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의 지분 100%를 1054억원에 매입했다.
LG그룹은 수년 전부터 지주사인 ㈜LG 내에 TF팀을 구성하고 그룹 물류사업 강화를 모색해왔다. 그 첫 작품이 범한판토스 인수와 하이로지스틱스의 계열 이동이다. LG CNS의 물류솔류션까지 가세하면 3자 물류를 넘어선 4자 물류까지 제공할 수 있다.
4자물류는 화주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은 전문 물류업자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정보통신사업자나 물류 솔루션 사업자 등과 제휴를 맺어 모든 물류 기능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그룹 내 물량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외부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LG그룹의 선박 구입을 이런 구상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의 선박 구입이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해운업 진출이라기보다는 그룹의 물류 사업 강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그룹 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 형태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다. 이 관계자는 "LG그룹의 빠른 걸음으로 물류업계는 물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해운업계도 긴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선박 사진.(참고용. 자료출처=범한판토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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