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김현수 "미국에서 은퇴하고파…한국 유턴하면 '실패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12-29 15: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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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맞상대하고 픈 투수는 데이비드 프라이스"…2년 내내 마이너리그 거부권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 볼티모어 유니폼 입은 김현수

(서울=포커스뉴스) "미국에서 은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 한국으로 유턴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특유의 넉살도 곁들여졌다. 두산 시절 후배인 허경민과 박건우가 깜짝 등장해 축하 꽃다발을 전하자 환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말 한마디한마디에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김현수는 29일 대치동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열린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에서 "한국으로 유턴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각오를 전했다. 김현수가 스스로 얼마나 단단한 마음을 먹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뛰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총액 700만달러(약 82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2년은 길 수도 짧은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일단 김현수는 길게 보고 있었다. 그는 "(내년 시즌 목표는) 염두하지 않고 있다. 루키이기 때문에 잘 적응해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후년까지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티모어 계약 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도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던 김현수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류현진(LA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에 이어 역대 네번째로 메이저리그 진출하는 선수가 됐지만 한계단씩 적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김현수의 목표는 그가 한국프로야구에서 성장한 행보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김현수는 연습생으로 프로에 발을 디뎠고, 성실성과 노력이 더해져 주전경쟁을 이겨냈다. 그리고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차근차근 성장해 메이저리그 진출한 첫번째 외야수가 됐다.

강정호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그 속에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한다는 부담과 자부심이 함께했다. 강정호는 올시즌 피츠버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 기량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선을 바꿔놨다. 김현수는 "(강)정호가 정말 잘해줘 이렇게 계약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호가 다진 기반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기본은 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속내를 털어놓아 후련한 듯 각오를 밝힌 뒤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쏟아지는 질문에 한층 여유있는 대답을 내놨다상대하고픈 투수에 대해 김현수는 "데이비드 프라이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공격적이고 볼넷을 좀체 안 내주는 선수라 꼭 한번 상대해보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프라이스는 올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통해 토론토에서 보스턴으로 이적했다. 몸값은 7년 총액 2억1700만달러(약 2538억2000만원). 볼티모어와 보스턴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함께 속해 있어 김현수의 바람은 시즌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한국프로야구 투수들보다 현저히 빠른 점에 대해서는 "일단 부딪혀봐야 알 것같다. 시범경기 최대한 많이 나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현수는 볼티모어 계약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현수의 에이전트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는 "2년 계약에 마이너 거부권이 포함돼 있다. 2년 내내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서울=포커스뉴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김현수가 볼티모어 유니폼 착용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2.29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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