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대부분 여윳돈 60만원도 없어”…설문 조사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11 10:40:58
  • -
  • +
  • 인쇄
긴급한 자동차 수리비나 병원비를 감당 못해

돌발 지출 생기면 빌리거나 신용카드로 해결

(서울=포커스뉴스) 미국인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자동차 수리비나 응급 의료비처럼 긴급한 비용을 충당할 돈을 갖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금융정보 웹사이트인 뱅크레이트닷컴(Bankrate.com)이 미국 전역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자동차 수리비 500달러(약 60만원)나 병원비 1000달러를 감당할 정도의 여윳돈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 10명 당 4명만이 통상적인 것을 넘어서는 지출을 감당하는 데 저축한 돈을 쓸 수 있으리라고 답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미국인 대부분이 그 달 벌어 그 달 살아가고 있으며 돌발 상황에 대한 금전적 대처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응답자 가운데 23%만이 여타 지출을 줄여 긴급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15%는 가족에게서 돈을 빌려서, 그리고 또 다른 15%는 신용카드에 의존해 긴급 상황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답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인 대부분이 재정적으로 취약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매월 수집해 발표하는 소비자 자신감 지수(CPI)를 보면 미국인들은 미국경제가 2008년의 위기에서 회복된 이후 일자리에 대해 대체로 만족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부분은 정기적으로 돈을 저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 2014년 펴낸 ‘미국 가계의 복지’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가운데 일정액을 떼어 정기적으로 저축하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불황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던 2012년 12월 미국의 저축률은 11%였다. 하지만 저축률은 지난해 8월 4.6%로 떨어졌다가 11월 5.5%로 다시 상승했다. 2008년의 불황과 주택위기가 찾아들기 전 미국인들은 경제적 안정감을 느껴 저축률이 1.5%에 불과했다.


최근 치솟는 저축률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난해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6.1%로 2004년(7.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2014년에 비해 1.2%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이처럼 저축률이 올라가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8년 경제위기 이래 미국인들은 가계 재정을 재구축해 오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수백 만 명이 집과 직장을 날리고 신용카드를 회수 당했으며 은행 차입을 봉쇄당했다. 이후 가계 재정압박이 완화됨에 따라 소비 성향이 개선됐다가 최근 다시 저축률이 올라가고 있는 데에는 경제위기 당시의 학습효과가 일조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 중앙은행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47%만이 예상치 않은 지출에 대비해 저축하고 있었다. “운 좋게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1000달러 생긴다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그 돈을 얼마간이라도 지출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에 불과했다. 1000달러 전액을 저축하겠다는 사람은 17%에 불과했으며, 20%는 1000달러 전액을 빚 갚는 데 쓰겠다고 답했다.

뱅크레이트닷컴 조사에 따르면 현재 돌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가장 높은 부류는 연소득 7만5000달러(약9000만원) 이상 소득자 또는 대졸자다. 하지만 7만5000달러 이상 소득자 가운데서도 46%는 “자동차 수리비 500달러를 지불할 돈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졸자의 52%는 자신들도 마찬가지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는 재정적·행태적 양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의 중간소득(최고소득과 최저소득을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은 1989년보다 2013년에 16% 낮았다. 하지만 저축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저축하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여러 연구는 보여준다. 건강·저축·은퇴·경제적 안정 등을 연구하는 민간 비영리기관인 미국 근로자복지연구소(EBRI)의 설문조사에 응한 미국인 대부분은 주당 20달러 또는 마음만 먹으면 40달러까지 저축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경제학자 안나마리아 루사르디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복리(複利)라는 개념을 아는 사람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에 관한 연구에서 루사르디는 그들의 53%가 신용카드 대금을 전액 결제하지 않고 뒤로 미룬다는 것을 알아냈다. 근 30%는 가계수표를 한도를 넘겨 발행하고 있었다. “한 달 안에 급하게 2000달러(약 240만원)를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에 불과했다. 밀레니얼 세대 가운데 많은 사람이 대학 학자금 대출금 같은 재정적 부담을 겪고 있었으면서도 그들 중 정작 기본 금융지식을 갖춘 사람은 24%에 불과했다.(Dan Kitwood/Getty Images)2016.01.11 ⓒ게티이미지/멀티비츠 (Mark Wilson/Getty Images)2016.01.11 ⓒ게티이미지/멀티비츠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