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역설(逆說)’에 갇힌 세계 금속산업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21 08: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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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원가항목인 유가의 폭락은 분명 호재

저유가 빌미로 과잉생산 지속…금속가격↓

(서울=포커스뉴스) 세계 금속산업이 유가 폭락의 부수적(附隨的) 피해를 보고 있다. 원자재 시장에 금속 물량이 넘쳐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던 터에 최대 원가 항목인 유가의 폭락이 축복이 되기는커녕 결과적으로 금속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저(低)생산비→생산 감축 포기’라는 공식이 작동하면서 원자재 시장에 금속 과잉이 심화돼 가격이 더 내려가는 ‘저유가의 역설(逆說)’에 갇힌 것이다.

광석은 디젤엔진으로 가동되는 채굴장비로 캐내 역시 디젤엔진으로 움직이는 트럭으로 운송한다. 또 광석에서 금속을 뽑아내는 용광로는 화력발전소에서 끌어온 전기로 가동된다. 화력발전소는 석탄을 많이 때지만 석유도 연료로 사용한다. 이 모든 액체연료는 원유에서 나오며 원유 값이 떨어질수록 석유 연료 사용의 유혹을 끊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설비를 잔뜩 늘려놓은 금속업체들은 더더욱 그렇다.

알루미늄에서 아연에 이르는 온갖 금속의 시세는 물량 과잉으로 현재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시세를 끌어올리자면 금속업체들이 생산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금속의 원가 가운데 최대 3분의 1을 차지하는 에너지, 즉 원유의 가격이 워낙 낮다보니 금속업체들이 생산 감축 단행을 망설이고 있다. 구리 1톤을 생산하는 비용 가운데 에너지가 약 16%를 차지하며 알루미늄의 경우 그 비율은 35%에 이른다.

런던 소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사(社)의 원자재 분석가 댄 스미스는 “바탕 금속과 유가 사이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연계가 있다”면서 “만약 유가가 20달러 또는 심지어 그 밑으로 내려간다면 그것은 더 낮은 금속 가격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상황이 무척 힘겹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원자재 시세가 7년 만에 가장 크게 하락한 불경기를 맞아 영국-스위스 합작의 다국적 광산업체 글렌코어 같은 회사들은 생산을 감축하고 자산을 팔아 빚을 줄이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세계 1, 2위 광산업체인 BHP 빌리튼과 리오틴토는 지난해 8월 유가 하락으로 비용이 줄어 이익에 보탬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 때 이후 브렌트유가 약 50% 폭락하다 보니 비용절감으로 얻었던 단기 이익은 어느새 증발하고 원자재 시장상황 악화로 장기 손실을 걱정할 국면이 도래한 것이다.


세계 전력의 약 41%를 생산하는 연료인 석탄은 공급이 풍부한 유럽에서 2007년 이래 가장 싸다. 이란이 원유 수출시장에 복귀할 준비를 마친 데다 세계 경제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원유는 지난주 10여 년 만에 처음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디젤엔진에 쓰이는 경유의 가격은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이 속속 떨어지고 있지만 금속산업의 장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중국 경제의 감속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금속업체들은 과거의 원자재 호황을 계기로 수년간 집중 투자해 생산설비를 잔뜩 확대해 왔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금속물량 과잉이다.

‘한번 호황은 영원한 호황’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기초해 대거 설비를 늘렸던 금속산업이 정작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자 자승자박(自繩自縛)을 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Sean Gallup/Getty Images)2016.01.21 ⓒ게티이미지/멀티비츠 (Mark Kolbe/Getty Images)2016.01.21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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