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많고 학교는 적고…교육특구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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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양천갑 지난 선거 결과 |
(서울=포커스뉴스) 서울의 강남 3구만큼이나 여당의 텃밭이라고 알려진 양천 갑.
이 지역의 현역 새누리당 길정우 의원과 신의진(비례)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김기준(비례) 의원 등 3명의 현역의원이 오는 4·13 총선 '예비고사'를 앞두고 있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16·17·18대 총선 당시 양천 갑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최측근,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양천 갑은 여당 텃밭인 만큼 새누리당 경선에서부터 치열하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야당과 1412표 차이 밖에 나지 않은 만큼 예선을 통과하더라도 야당과의 접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포커스뉴스>는 올해 4·13 총선의 D-85일이었던 지난 19일 목동 오목교역 인근과 학원가가 밀집한 신정동 센트럴플라자 일대 등 양천 갑의 주요 지역을 돌며 민심을 알아봤다. 각 후보의 지지자들을 만났고, 이 지역의 당면 현안에 대해 밀착 취재했다.
◆최대 관심사는 목동 아파트 재건축
양천 갑은 목동 아파트단지로 대표되는 서울 지역의 대표적인 중산층 밀집지역으로, 특히 목동 학원가 등에서 교육열이 매우 높아 여권에 유리한 지역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지난 24년간 한번도 선거에서 패배한 적이 없다.
최근 양천 갑의 최대 관심사는 '목동 아파트 재건축·재개발'이다. 목동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신시가지 아파트는 1980년대 후반부터 단지별로 입주를 시작해서 대부분이 준공 30년 안팎의 단지들이다.
지난해 5월 재건축 가능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돼 올해 말이면 목동 1~6단지 아파트는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다. 때문에 재건축이 총선의 가장 커다란 이슈로 떠오른 상황.
이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재건축 이슈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역 길정우 의원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목동아파트 재건축의 나아갈 길'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자신을 길 의원의 지지자라고 밝힌 김성호(58·신정2동 거주)씨는 길 의원의 재건축 토론회에 대해 "매우 시기적절하다"며 "잘못 놔뒀다간 엉뚱한 곳에 갈 수 있는데, 길 의원이 길을 잘 잡으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이번에 재선을 하게되면 그게 잘 이어질 것 같다"며 "길 의원이 문화를 중시한다. 그래서 청소년, 학생, 주택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했다.
김씨는 "길 의원이 외교분야에서 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인 출신으로 오랫동안 일하지 않았느냐"며 "그만큼 좋은 여론을 형성하는데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김씨는 "도시공학을 전공했다고 내세우는 후보도 있는데, 전문기술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며 "길 의원은 문화와 교육특구로서 양천구를 개발하려는 마음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지지이율르 설명했다.
신의진 의원은 재건축과 관련돼 직접적인 홍보활동을 펼치진 않았지만, 지역 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다.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소속인 신 의원은 지난해 12월 '양천구 목2동 마을쉼터 조성'을 위한 특별교부금 3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양천구 지역가의 방범 취약 지역 및 안양천 생태공원에 CCTV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교부금 4억8000만원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목2동의 경우에는 어린이 공원이나 마을 쉼터가 없어 어린이들이 차도를 건너 인근에 조성돼 있는 공원을 찾는 경우가 잦다.
신 의원의 지지자, 이주환(26·목2동 거주)씨는 "다들 재건축이다 뭐다 거시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 물론 중요한 부분이지만, 좀더 지역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신 의원이 가진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언급했다.
이씨는 "양천 갑은 중산층이 많이 살다보니 여성과 아동 문제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공원이나 CCTV 설치도 신 의원이 그만큼 세밀하게 이 지역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있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재건축 만큼이나 재개발도 중요한 이슈"라며 "재개발에 있어서만큼은 신 의원의 강점이 두드러지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더민주 김기준 의원도 공약으로 △목동아파트 재정비계획 수립 △목동중심축 대형오피스 타운 대기업 유치 등을 제시했다.
김 의원의 지지자 신하원(45·여·목2동)씨는 "아이들이 다 학교를 걸어서 다닌다. 아이들이 길을 몇 개 건너서 학교를 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놀이시설도 정말 없고, 공원도 없다. 목 2·3동 합쳐서 용왕산 하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 씨는 "아이들이 길을 건너서 학교를 다니고 공원이 안된 곳이 목 2·3동이다. 아이들이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로 가거나 찻길 너머 공원으로 가기도 하는데 엄마들이 못가게 하는 상황"이라며 양천 갑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목 2·3동의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목 2·3 동은 아파트 단지가 없고 층수가 낮은 빌라들이 밀집해 있다.
신 씨는 이어 "아파트 단지 뿐만 아니라 주택가도 많이 신경을 써줘야 한다. 주택가는 정말 골목골목이고 주차시설이 매우 미약하다"며 "잘 사는 곳이 아니라 조금 더 소외된 곳도 잘 살펴보고, 구석구석 살펴주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씨는 "김 의원이 엄마들을 모아 놓고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한 적이 있었다. 한 아이가 택배차와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하나하나 질문을 받아주고 적어주는 그 마음이 너무 좋았다"며 "김기준 의원이 목2·3동 뿐 아니라 아닌 모든 양천 갑을 통틀어 아이들 시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이기재 전 본부장은 도시공학을 전공했다는 장점으로 재건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내세우는 중이다.
이 전 본부장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원 지사를 보좌하며 양천구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강점.
이 전 본부장은 출마선언 당시 "목동아파트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2만6629세대가 30년 재건축연한이 도래하면서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재건축이 어떻게 될지 술렁이고 있다"며 "제가 국회에 들어가면 정치경험과 도시전문가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신도시 및 주변지역에 대한 도시재정비 특별법'부터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모(67)씨는 이 전 본부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며 "(이 전 본부장이) 도시공학을 전공한 도시계획 전문가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2만 5000여 가구가 앞으로 재개발 어케 될지에 많은 관심 갖고 있다. 이것이 양천 갑의 최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 지역에서 원희룡 지사가 3선을 했는데 그 옆에서 보좌하며 양천 갑을 잘 아는 사람 이 전 본부장"이라며 "이 전 본부장 처럼 전문성을 갖고, 중앙부서나 국회 등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분이 지역에서 일을 하면 잘 하지 않겠나"고 지지이유를 밝혔다.
◆교육특구지만 교육문제 있어…학원은 많지만 학교는 적어
양천 갑의 또다른 관심사는 '교육' 문제다. 목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유명 입시학원들이 들어서 있고 외국어고등학교도 있다.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다보니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렇다보니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양천갑의 문제점으로 학원은 넘치는데 학교가 적어 등교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들었다.
이곳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진(51·여·신정6동 거주) 원장은 "1992년부터 목동에서 학원을 해 왔다. 그 때는 학원 초창기라 정말 잘 됐다"며 "사실 나 같은 학원 원장들이 목동아파트 집값을 올린 것이다. 목동이 교육특구가 된 것은 학교가 아닌 학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학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 "70~80여개의 학원이 있다. 이 학원들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 학원을 다 채울만한 수요는 없다. 부풀려진 게 없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학교가 멀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양모(54·목1동 거주) 씨는 "목동하면 교육이다. 학교가 와야 한다. 학교"라며 "그나마 방송통신대가 들어오니까 다행이지만, 고등학교가 목 1동 근방에 없다. 초·중학교는 있지만 고등학교가 다 멀리 있다"며 교육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김보라(27·여)씨는 "도서관이 수요에 비해 수용률이 떨어진다. 대학생들이 스터디룸이나 까페를 가는데 교육특구인데도 이런 시설이 없다"며 "다들 신촌이나 강남을 간다. 그런 시설이 이쪽에 있으면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어린이집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김 씨는 자신의 언니가 병설유치원의 선생님이라며 "(언니가) 이쪽에 워낙 유치원이 없어서 한창 지원을 할 때에 경기도 쪽으로 지원을 했다"며 "아무리 잘 사는 동네라 하더라도, 나라에서 그만큼 지원해주는 구립·국립·공립 유치원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유권자는 "목3동같은 경우는 수십년 전부터 선거 때마다 구청장, 국회의원, 시의원 상관없이 초등학교를 하나 한다고 했는데 누구도 못했다"며 "결국은 입에서 떠들다가 지금까지 소멸됐다"고 비판했다.사진 왼쪽부터 새누리당 길정우·신의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기준 의원, 새누리당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 <사진출처=포커스뉴스 DB 및 인물 홈페이지>1987년에 입주를 시작해 재건축연한을 앞두고 있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3단지. <사진출처=양천구청 홈페이지>서울 양천구 신정6동에 위치한 한 건물에 학원들이 밀집해 있다. 2016.01.19. 변수연 인턴기자. 양천갑 지역의 지난 선거 결과를 정리했다. 2016.01.20 조숙빈 기자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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