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보이는 사람이 잘 하는 사람"
서울의 '오래된 미래' 마포 관심사는 좋은 재개발
(서울=포커스뉴스) 4·13 총선을 앞두고 서울 마포갑이 '핫코너'로 떠오르고 있다.
마포갑은 최근 대법관 출신 안대희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출마를 선언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이 지역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강승규 당협위원장이 강력 반발해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난 곳이기도 하다.
마포갑은 선대부터 지역구를 다져온 현역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버티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 민심의 향방에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지역이다.
<포커스뉴스>는 한파가 전국에 밀어닥친 지난 26일 마포구 도화동과 염리동 일대를 돌며 이 지역 거주민들의 의견을 취재했다. 생계가 고단해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람들부터, 마포갑의 현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을 개진한 주민들까지 다양한 의견들을 들여다보자.
◆ 안대희, 노웅래·강승규 비해 인지도 떨어져…"많이 보이는 사람이 잘 하는 사람"
여론의 주목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주민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고, 예상 외로 안대희 최고위원의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벌어지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치 무관심'이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선대에 이어 마포구를 닦아온 노 의원이나, 지난 2008년 18대 총선부터 지역을 관리한 강 전 의원에 비해 지역구에서 활동한 기간이 짧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대개 자주 보이는 후보에게 '잘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도화동에서 35년간 반찬가게를 운영해 왔다는 박화진(58·여)씨는 안 최고위원에 대해 "누군지 모른다. 예전엔 관심있게 봤는데 이제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선대부터 지역구를 다져온 노 의원에 대해서는 "아버지 때부터 잘 알지"라며 "아버지도 잘했고 아들인 노 의원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여태껏 한 사람 중 제일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의원의 아버지인 노승환 전 의원에 대해 "마포구에 오래산 사람은 다 알걸. 아들도 자주 돌아다닌다"고 평가했다.
이 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을 15년간 한 조성도(66)씨는 노 의원과 강 전 의원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노 의원과 강 전 의원에 대해서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강 전 의원이야 말로 구석구석 모르는 게 없다. 자전거 타고 지역을 다 돌아다닌다"며 "노 의원도 부지런하다. 이런 사람들이 일을 해야 한다. 4년 동안 일한 사람의 지역에 갑자기 밀고 나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씨는 "안 전 대법관은 적어도 대법관 정도 했으면 정치 난장판에 휩싸이지 말아야 한다"며 "총리 후보자로 얼마나 망신당했나. 그런데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다. 마포에서 태어나 자란 '마포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용준(67)씨는 "(안 최고위원이) 그만큼 큰 정치인이니까 마포에 도움이 더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씨는 "안 최고위원은 공천에 내정된 사람이고 친박이고 여러 가지로 봤을 때 강 전 의원보다 낫다"며 "안 최고위원은 큰 정치인이다. 만약 강 전 의원이 열 마디를 해서 예산을 따내면 안 최고위원은 한 마디를 하면 따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새누리당의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노 의원에 대해 "아버지가 자리를 잡은 지역에 나오는 것은 독재 아니냐"며 "아버지가 평생 이 지역에서 지냈다. 그걸 그만두니까 아들이 인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만히 보니 김한길계더라. 김한길이 7개월 대표하면서 3개월은 시청 앞에서 지냈다. 맨날 반대만 일삼는다"고 말했다.
공덕역 근처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서찬우(27)씨는 "안 최고위원이 숭문중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이 지역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렇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선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래된 미래'…최대 관심사는 재개발
마포갑의 최대 관심사는 서울시 오래된 지역의 미래를 위한 '재개발'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재개발'에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다. 취재 도중 바라 본 마포구 이곳 저곳에는 재개발과 관련된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아파트에는 '시끄럽고 목메인다. 편안하게 살고 싶다'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려 있었다.
도화동에서 31년째 쌀가게를 운영해왔다는 김정희(67·여)씨는 재개발이 시작된 후 "갑갑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김 씨는 "이쪽 상권이 40년 전부터 내려온 거다. 난 1985년부터 시작해서 자식들 다 가르쳤다"며 "그런데 빌딩이 들어서면서 마트가 다 생겼다. 토요일은 2만9100원을 벌었다.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후보들을 향해 "대형마트가 생기는 건 생기는 거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재래시장의 상권도 살려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마포구 대흥동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김은경(62)씨는 재개발에 대해 "주민들이 다 쫓겨나게 생겼다. 우리가 반대해서 염리 4·5 구역은 취소했다. 그런데 2·3구역 사람들은 다 쫓겨나게 생겼어"라며 "10년 전에 재개발이 시작했다고, 10년 전 공시가격을 주는게 맞느냐. 현 시세가격을 줘야 하는데, 우리가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아파트를 지으면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 토착민들은 나간다. 비싸서 못들어가니까"라며 "재개발이 되면 단골들이 오지 않아 고생하게 된다"고 한탄했다.
김 씨는 '당시 도와준 의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없다. 우리 나름대로 직접 찾아가고 동네 사람을 직접 만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염리동에서 35년간 보석상을 운영했다는 김창근(59)씨는 현역인 노 의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재개발에 대해 "노 의원이 신경을 전혀 안 쓴다"며 "내가 볼 땐 주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기 재개발이 들어가는데 두 세군데가 취소됐다. 이 좋은 텃밭에 아파트를 안일하게 지으려고 했다"며 "아파트를 지으면 원래 사는 분들은 5~10% 밖에는 못 산다. 여기 주민들은 아파트를 원하는 게 아니다. 30~40%는 이곳에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민들의 고충을 잘 아는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며 "정말 구민의 가려운 데를 하나하나 긁어주는 후보를 선택하면 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20대 총선 마포갑 출마예정자.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새누리당 안대희 최고위원·강승규 마포갑 당협위원장 <사진출처=포커스뉴스 DB>마포갑 예비후보들이 마포구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출처=후보 페이스북>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재개발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2015.01.26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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