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61, 북풍(北風)의 과거·현재…미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12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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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분단국 현실 반영

선거 마다 영향 예측 불가…정치권 촉각

전문가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지 예단 어려워"
△ 악수하는 김관진-황병서

(서울=포커스뉴스) 선거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당은 물론이고 도덕성이나 이념, 경력 등도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선거 판세를 뒤흔드는 중대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북풍(北風)'이다.



◆ 북쪽에서 부는 바람, 북풍(北風)

북풍이란 선거철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일컫는 말로 '북한 변수'를 의미한다. 북한이 직·간접적으로 남한의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하며, 6·25 전쟁 이후 휴전(休戰) 상태에 놓여있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이 잘 반영된 단어다.

선거와 북풍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북한과 아슬아슬하게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특성상 선거에서도 늘 국가안보가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철이 되면 여야는 평소보다 더 북한에 주목한다.

정치인들은 북한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크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만 보더라도 북한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중요도를 짐작할 수 있다.


◆ 선거 직전 불어오는 북풍…북풍이 총풍으로

북풍이란 단어가 언제 처음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제각각 주장이 갈리지만 대체로 지난 1996년 4월 15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초로 보는 의견이 많다.

지난 96년 4·11 총선 당시 정치권의 분위기는 여당인 신한국당의 참패로 기울어져 있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비서 장학로씨가 뇌물 수수 스캔들에 휩싸여 비난여론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북한군이 판문점에서 무력시위를 벌이자 전세가 곧바로 역전됐다. 가만히 있던 북한이 갑자기 공동경비구역에 중무장 병력을 투입하는 등 사흘에 걸쳐 남측을 도발한 것이다. 그러자 안보에 위협을 느낀 국민들이 보수 여당에 힘을 실어줬다.

"북풍(北風)이 장풍(張風·장학로 스캔들)을 이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총선 결과는 신한국당 139석에 새정치국민회의 79석. 그렇게 여당인 신한국당은 북풍을 타고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97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단순한 바람이 아닌 태풍이 불어 닥쳤다. 이른바 '총풍' 사건이다.

15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97년 12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회창 후보 측은 북한과 일종의 범행을 모의했다. 이 후보 측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 측 인사에게 판문점에서의 총격시위를 요청한 것. 이 사건은 이후 청와대 행정관 등 사건 관계자 3명이 검찰에 기소되며 세상에 드러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실제로 총풍사건 관계자인 오정은, 장석중, 한성기씨는 사건 발생 두 달 전인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선거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수년간 재판장을 오고간 끝에 징역과 자격정지, 집행유예 등 각각 실형을 선고 받았다.

총풍사건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국민의 안보심리를 자극해 여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던 북풍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이회창 후보가 총격요청 사실을 사전, 혹은 사후에 보고 받았는지 여부가 크게 논란이 됐으나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또 총풍사건은 사회적 충격과 달리 선거 판세를 완전히 뒤집지는 못했다. 3파전으로 진행된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40.3%, 이회창 후보가 38.7%, 이인제 후보가 19.2%의 지지를 얻었다. 이회창 후보가 탈락하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제15대 대통령에 당선된 셈이다. 전체 투표율은 80.7%였다.

만약 김대중 후보가 선거에서 지고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었다면? '총풍'은 역사 속에 묻혔을 거라는게 정치권, 법조계의 중론이다.

◆ '총풍' 이후 북풍 공작은 사라졌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도 북풍은 계속됐다. 때론 약하게, 때론 역풍으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결코 멈추진 않았다. 북풍을 일으키기 위한 범죄, '공작'은 명시적으로 없어졌지만 유독 선거를 앞두고 북한 관련 대형 뉴스가 쏟아졌다.

2000년 4월 김대중 정부는 16대 총선을 사흘 앞두고 6‧15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했다. 하지만 민심은 냉정했다. 오히려 영남지역과 보수층 결집 효과를 낳아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에 패배를 안겼다.

의원 정수가 273석이었던 당시 총선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은 133석을 획득했으며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을 차지했다. 당시 정부가 가졌던 북풍에 대한 기대감은 '오판'으로 드러났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은 6월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시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방선거 선거운동 개시일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을 찾아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때도 북풍의 힘은 미약했다. 오히려 실제 전쟁 위기를 느낀 국민들이 "전쟁을 막아야 한다"며 야당의 손을 들어줘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패하는 계기가 됐다.

지방선거의 뚜껑을 열어보자 광역자치단체장에는 민주당이 7명, 한나라당이 6명 당선됐다. 광역자치의회의원도 민주당360명, 한나라당 288명으로 야당이 60여명 많았다.


◆ 핵·미사일·개성공단 폐쇄·사드…2016년 북풍

2016년 4월13일 치러질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 북풍이 거세다. 연말부터는 본격적으로 2017년 12월 대선 준비에 접어든다. 그래서인지 연초부터 불어오는 북한의 바람이 유난히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과거에 비해 힘이 많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강도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흔들어왔다. 1월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한데 이어 설 연휴 둘째 날인 지난 7일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국제사회의 만류와 경고를 모두 무시한 독자적인 도발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정부는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북한 이슈가 4월 총선은 물론, 내년 대선의 판세까지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걱정이 하나 둘씩 불거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어떤 도발이 추가적으로 이뤄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데다 북한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최근 선거에서는 북풍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반대로 역풍이 불곤 했는데 올해엔 영향이 좀 클 것 같다"면서 "북한이 강온양면 전략을 쓰며 올 봄 내내 계속 북풍을 내려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북풍은 두 종류가 있는데 냉풍은 무력시위, 온풍은 대화공세"라며 "지금은 냉풍이 불고 있지만 급반전해서 갑자기 온풍(정상회담 제의)이 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연 북풍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며 "북풍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 요즘은 국민이 예리하게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의 말처럼 북풍은 최소 4월 총선 전까지, 혹은 그 이후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여의도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동시에 국내 여론의 흐름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둔 정치권.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이 '북한'이라는 강력한 변수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북풍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지난해 8월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측 대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통일부>2016.02.11 포커스포토 이순진(앞줄 오른쪽 두번째)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스카파로티(앞줄 왼쪽 두번째) 한·미 연합사령관이 설 연휴 첫 날인 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의 순시 및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2016.02.11 포커스포토 남북 군사적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고위급접촉 재개가 예정된 지난해 8월23일 오후 경기도 파주 문산읍 통일대교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탑승한 차량이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다. 2016.02.11 강진형 기자 국방부조사본부 건물에 전시중이던 천안함 공격 어뢰추진체의 북한 소행 증거였던 '1번' 글자(사진)가 산화방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심한 녹으로 글자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상태로 변해 버렸다고 YTN이 단독 보도했다. 북한 소행이란 증거가 사라져 이로 인해 후폭풍이 불것 같다. 국방부는 뒤늦게 보존처리를 강구중인 이라고 밝혔지만, 관리소홀에 대한 책임 추궁은 면치 못할 것 같다.2016.02.11 김연수 기자 김무성(앞줄 오른쪽 세번째) 새누리당 대표와 정갑윤(앞줄 오른쪽 두번째) 국회부의장, 황진하(앞줄 오른쪽 네번째) 사무총장을 비롯한 의원 및 예비후보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후보자 워크숍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6.02.11 박철중 기자2016.02.05 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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