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뷰] '동주', 윤동주-송몽규를 통해 써내려가게 될 참회록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16 1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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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동주'에서 시인 윤동주(강하늘 분)와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 분)의 삶 재조명

(서울=포커스뉴스)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일본 후쿠오카 복강형무소에서 투명한 별이 졌다. 민족시인 윤동주 였다. 그리고 1945년 3월 7일 같은 곳에서 또 하나의 별이 떨어졌다. 독립운동가 송몽규가 눈을 번쩍 뜬 채 죽음을 맞이했다.

서거 71주기를 맞이한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독립운동가의 빛나는 청춘 시절을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 ‘동주’가 17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윤동주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민족 시인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송몽규(박정민 분)의 존재는 낯설다. 송몽규는 윤동주(강하늘 분)보다 3개월 먼저 태어난 외사촌이자, 가장 절친한 친구다.

송몽규를 통해 윤동주는 한 명의 사람으로 그려진다. 질투도 하고 목소리도 높이는, 그 역시 사람이다. 교과서에서 윤동주를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이것이 낯설다. 사람이라기보다 위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모두들 윤동주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본 이는 많지 않다. 이준익 감독은 여기에 죄스러움을 느꼈다.



'동주'를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안타까움이다. '왜, 윤동주의 시를 처음 만난 것이 교과서에서였을까' 하는 마음이다. 교과서와 참고서에서 만난 윤동주의 시는 각각의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며 '화자'는 누구인가를 찾아야 했고 달달 암기하며 '공부'해야 하는 시 였다. 하지만 '동주'를 통해 윤동주의 시는 관객들에게 새롭게 다가간다. 강하늘의 목소리에 담긴 윤동주의 시는 그 어떤 배경음악보다 강한 울림을 준다.

이는 '동주'를 투명하게 연출하고자 했던 이 감독의 의도가 담긴 부문이다. 이 감독은 “시인 윤동주를 그리는데 숫자로 인한 강박을 받고 싶지 않았다”며 영화를 저예산으로 제작한 배경을 밝혔다. 저예산이었기 때문에, 긴 촬영 기간과 다양한 로케이션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흑백으로 촬영한 이유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영화는 더욱 투명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흑백 영상 속에서 필연적으로 배경보다 인물에 시선이 쏠린다. 그 속에서 윤동주 역을 연기한 강하늘의 표정, 송몽규 역을 연기한 박정민의 표정은 살아난다. 책 속에 담긴 위인이 아니라, 나와 다르지 않은 20대 미완의 청춘이 가진 표정이다. 강하늘과 박정민은 캐스팅된 순간부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실존인물인 윤동주와 송몽규를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 부담감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동주' 속 두 사람의 연기는 박수 쳐줄 만하다.



송몽규를 알게 된 것은 '동주'를 보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동주'는 많은 부분 윤동주와 송몽규를 나란히 그린다. 심지어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도 어느 한쪽에 경중을 싣지 않는다. 윤동주는 시집으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남았다. 하지만 동갑내기인 송몽규는 잊혔다. '동주'를 통해 그의 치열함을 가슴에 새기게 될 것이다.

이 감독은 “윤동주의 시가 영화의 목표가 아니었다.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지적에 대해서 우리가 소홀한 것에 대해 우리가 반성하자는 것이 목표다. 복강형무소에서 생체 실험으로 명을 달리한 두 사람의 삶을, 일제 강점기의 비도덕적 폭력을 직시해야 한다. 윤동주는 부끄러워했지만, 우리는 죄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이자 대한민국인 이준익의 솔직한 심경이 담긴 말이다.

'동주'를 본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느끼는 감정이 있다. 가장 어두운 시대를 살아온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을 밝게 살고 있다. 그렇다고 '동주'는 인물의 감정을 신파로 담지 않는다. 영혼을 가지고 살았던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여전히 삶의 무게가 무겁기만 하다.

그렇기에 '동주'를 보면 머리가 숙여지면서 복잡한 마음을 느낄 것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을 시로 노래하고자 했던 윤동주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치열하게 살았던 송몽규의 삶에 대해서 말이다. 아마도 영화가 끝나면 관객은 고개를 떨구고 각자 마음으로 참회록을 쓰게 될 것이다. '동주'는 17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상영시간 110분.

◆한줄평
▲별을 헤고 싶어진다. 진정한 젊음의 고뇌와 아픔이 별에서 마구 쏟아진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었는지… (정병철 부장)
▲윤동주와의 첫 만남에 대한 아쉬움, 두 분에 대한 죄스러움, 지금 나를 돌아보며 부끄러움. (조명현 기자)강하늘과 박정민은 영화 '동주'에서 각각 윤동주와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동주'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동주'에서 윤동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하늘.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정민.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영화 '동주'에서 윤동주(강하늘 분)와 송몽규(박정민 분)이 마주보고 있다. 사진은 '동주'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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