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과거 대법관 임명을 봉쇄한 전력 때문에 반박하기 궁색
(서울=포커스뉴스) 텍사스에 사냥하러 갔다가 잠자던 중 급사한 보수주의 성향의 안톤 스칼리아 미국 연방 대법관의 장례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한 성당에서 거행됐다. 미국언론은 스칼리아 대법관의 부재(不在)로 보수파와 진보파가 4 대 4 동수가 된 연방 대법원이 앞으로 기능장애를 보일 수 있으며, 이는 나아가 의회·행정부의 기능마비까지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으로 하여금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을 지명하게 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은 대법관 공석을 메울 대통령의 권한을 둘러싸고 헌법상 충돌을 즉각 초래했다. 대법관 임명을 봉쇄한 전력이 있는 민주당은 겉으로는 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오바마가 지명하는 인사가 의회 인준을 통과할 가능성이 없음을 어쩔 수 없이 시인하는 형국이다.
정치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감에 따라 남은 대법관 8명은 만약 중요한 사건을 심리할 때 의견이 4대 4로 나뉠 경우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게 됐다. 이러한 대법관 동수(同數) 국면은 의회 내 당파싸움을 가속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연설 같은 의사진행 방해 전술이 가미된 정쟁이 결국 의회의 기본 기능을 위태로운 지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해리 레이드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짐 맨리는 “공화당이 그들 주장대로 밀고 나간다면 우리는 헌정위기뿐만 아니라 입법과정에서도 큰 문제들에 봉착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대법관 지명자들은 이전에 거부된 적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이 임기가 11개월 남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명조차 해서도 안 되며 그리고 만약 대통령이 지명을 강행하면 인준표결을 거부하겠다고 고집함으로써 의사진행 방해를 새로운 차원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공화당을 비판한다. 미국헌법이 대법관 지명자를 대통령으로 명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합중국 헌법제정자들은 상원에 표결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 공화당의 주장이다.
미국인 대다수가 이미 의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은 공화당의 이번 도박이 역효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주 “그것(공화당 주장)은 마치 신(神)이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을 금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그런 헌법적 호소에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이다. 대법원에 계류된 많은 주요 사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일방적인 조처들을 문제 삼고 있다. 정적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이민정책에서 그의 법적인 권한을 넘어섰기 때문에 의회를 설득해 입법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조시 홀름스는 “대통령이 지난 세월 취한 터무니없는 헌법적 자유를 지켜보며 헌법에 대한 그의 새로 발견된 존중을 유머감각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대법관 공석을 둘러싼 현재의 장기적인 줄다리기가 의회의 정체로 연결되며 이것이 결국 정부 마비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있다. 3년 전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법안을 둘러싼 논쟁은 16일 간의 정부 마비로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미국의 부채파산을 용인하거나 행정부에 대한 자금지원을 거부할지 모른다고 보였던 아찔한 순간에 반복적으로 직면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와 민주당에도 비난받을 점이 없지 않음을 시인한다. 백악관은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 새뮤얼 알리토의 대법관 임명을 막기 위한 의사방해에 가담했음을 유감스러워한다고 말한다. 알리토는 결국 인준됐다.
2년 여 전 민주당이 상원을 지배했을 때 민주당은 소수당이 대통령의 항소법원 판사 지명자들을 봉쇄하기 위해 의사방해 연설을 활용할 수 없도록 의사진행 관행을 개정했다. 대법관 지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그 개정은 일체의 공화당 참여 없이 처리되었다. 분노한 공화당은 민주당이 언젠가 상원 지배력을 상실할 것이며 소수당의 권리를 짓밟은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오바마가 공화당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 후보를 대법관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방해를 극복하려면 오바마는 공화당 상원의원 14명을 포섭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스칼리아 대법관의 급사로 초래된 미국의 정쟁이 어디까지 변주(變奏)될지 주목된다.워싱턴의 미국 대법원 청사 앞에 고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을 애도하는 반기가 게양돼 있다.(Drew Angerer/Getty Images)2016.02.21 ⓒ게티이미지/멀티비츠 미국 대법원 소속 경찰 운구요원들이 20일(현지시간) 가톨릭 사제들이 도열한 가운데 워싱턴 D.C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국립 대성당'에서 고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Photo by Chip Somodevilla/Getty Images)2016.02.21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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