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장군들에 집착하는 도널드 트럼프에 우려의 시선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2-26 10: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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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틈만 나면 맥아더·패튼 장군을 사나이답다며 칭송

군사 전문가들, “두 장군은 복잡한 현대전과는 맞지 않아”

(서울=포커스뉴스) 미국 대선 공화당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2차대전 참전 미국 장군들에 대한 집착이 우려를 낳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1880-1964)와 조지 패튼 장군(1885-1945)을 존경한다. 두 사람 모두 2차대전에서 활약했던 장군이다. 트럼프는 그들이 승리자였고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으며 특별히 멋진 사람들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스타일을 모방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현대의 군사전문가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

역사가들은 맥아더와 패튼이 둘 다 전쟁영웅임에는 틀림없지만 튀는 행동과 자기 홍보에 능했던 논란 많은 인물들이었음에 주목한다. 태평양 사령관이었던 맥아더는 미국 대통령의 한국전쟁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가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결국 해임됐다. 패튼은 1945년 12월 세상을 뜨기 직전 전후(戰後) 독일의 정치·사회 요직에서 나치 출신을 굳이 배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

오는 11월 8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갈수록 트럼프는 여태까지 그가 유세과정에서 쏟아냈던 두루뭉술한 각종 발언의 배경이 되는 정책 구상을 밝히라는 요구를 더 많이 받게 된다. 그의 공화당 내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는 그들의 외교정책을 훨씬 더 자세히 대중에게 밝혀왔으며, 민주당 선두주자 힐러리 클린턴도 이 문제에 있어서 마찬가지였다.

2차대전이 끝나고 한 해 뒤인 1946년 출생한 트럼프는 맥아더와 패튼을 그들이 사람들로부터 존경심을 불러일으킨 솔직한 방식을 들어 자주 칭송한다. 트럼프는 지난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머틀비치에 모인 군중 앞에서 “조지 패튼은 가장 거친 남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그는 부하들에게 거칠게 말하곤 했다”며 “그의 부하들은 그를 위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이제 그런 것이 더 이상 없다”고 아쉬워했다. 트럼프는 또 그가 여전히 지휘를 맡고 있다면 패튼은 이슬람국가(IS)를 망설임 없이 쓸어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사학자(軍史學者)들과 퇴역 장군들은 트럼프가 지난 시절의 두 장군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병력보다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하는 현대전의 시대에, 전투의 성공과 실패와 민간인 피해가 맥아더·패튼 장군이 70년 전 병력을 지휘했던 시절보다 훨씬 더 신속하게 전달되는 때에 맥아더·패튼 방식이 적절하겠느냐는 것이다.

트럼프의 대변인 호프 힉스는 “미군 강화의 필요성,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말을 덜하고 행동을 더 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트럼프가 버릇처럼 2차대전 당시의 두 인물을 들먹인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힉스는 항간의 비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트럼프가 군사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고 말하면서도 그 전문가들이 어떤 사람이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최근 전역한 군인들은 트럼프가 미군 작전을 장악하는 것에 대해 로이터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한 퇴역 4성 장군은 트럼프의 패튼·맥아더 언급을 “자동차 범퍼에 붙인 선전·광고 스티커처럼 못난 짓”이라고 불렀다. 또 다른 사람은 2차대전에서의 미국 역할을 IS 격퇴와 견줌으로써 “사과를 오렌지와”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의 인터뷰에 응한 세 번째 퇴역 4성 장군의 보좌관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는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는 이런 대담한 발언들과 재치 있는 경구(警句)를 내놓지만 그것은 군사 지도자가 되는 데,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것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트럼프가 지난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유세에서 한 이야기를 선동적이라며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1차대전 장군인 존 퍼싱이 필리핀에서 무슬림 폭도들을 돼지 피에 담갔던 총알을 사용해 처형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청중에게 들려주었다. 이슬람 율법에서 돼지고기의 소비를 금지하기 때문에 돼지 피 사용은 무슬림에 대한 추가 공격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맥아더와 패튼의 정신을 살려 군사 작전에 대한 그의 구체적인 계획을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종종 말한다. 그렇게 하면 적에게 준비하고 반격할 기회를 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머틀비치에서 “나는 내 장군들이 인터뷰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트럼프의 이 발언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군사 전문가들이 TV 인터뷰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자주 말해왔기 때문이다. 역사가들은 트럼프의 머털비치 발언 역시 맥아더와 패튼이 얼마나 자주 언론에 출연했는지에 그가 거의 알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국제법·외교학 전문대학원인 플레처스쿨의 국제정치학 교수 대니얼 드레즈너는 “그들은 당시 언론광(狂)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 조지 C. 스콧이 패튼 장군으로 출연한 1970년 영화 “패튼”을 통해 패튼을 흐릿하게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가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발언들 때문에 말썽을 일으킨 사람임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1945년 9월 도쿄만에 정박한 미 전함 미주리호에서 일본의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Photo by Keystone/Getty Images)2016.02.2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1944년 8월 15일 프랑스에 상륙해 기자와 회견하는 조지 패튼 장군. (Photo by Keystone/Getty Images)2016.02.26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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