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널 기다리며' 심은경, 괴물이 되어버린 수상한 그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12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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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채우기보다 오히려 많은 것을 비우고 촬영에 임했던 작품"

"이제야 혼자서 일어서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
△ 배우 심은경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심은경이 이야기 하다 칼을 쥐고 찌르는 듯한 손짓을 보였다.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써니'(2011년)의 소녀 나미와 '수상한 그녀'(2014년)의 오두리가 그러는 것을 말이다. 심은경은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우린 이제 벌 받을 시간이야"라며 연쇄살인범을 자기 식(?)으로 벌하는 소녀 희주 역을 맡았다.

심은경이 '널 기다리며'를 선택한 것은 도전이었다. 그는 "터닝포인트라는 의미가 좀 많이 큰 것 같아요. 제가 해보고 싶었던 장르에 도전이요. 스릴러 장르에 연기적인 로망이 있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라서요. 그리고 무엇보다 희주의 얼굴을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도 컸어요."라고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심은경의 말처럼 '널 기다리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한 소녀의 복수담을 담았다. 연쇄살인범 기범(김성오 분)은 15년 형을 선고받는다. 증거 부족으로 한 사람의 살인만 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흐른다. 기범은 출소하고, 희주(심은경 분) 역시 어른으로 성장했다. 희주는 15년 전, 기범에게 살해된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한 아이다. 날카롭게 갈아온 복수의 칼을 돌려줄 시간이 된 거다.

감정을 절제할 것, 모든 것에 과하지 말 것, 넘치지 않을 것. 심은경은 조심스러웠다. "희주의 감정을 많이 절제했던 것 같아요. 막 인상을 쓰고, 소리를 내지르지 않거든요. 자체가 광기인 거죠.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침착하고 차갑게 연기했어요. 누군가를 응징할 때, 자기 할 일을 하는 거죠. 해야 할 일을 하듯이. 그렇게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대사도 문어체가 많아서, 거기에 하나하나 감정을 실으면 넘치게 보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많은 의미가 있는 대사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려고 했어요. 대사는 정말 제가 끝까지, 후반 작업에서까지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희주는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캐릭터를 자기에 비춰보며, 감정을 이입하곤 하는데 희주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심은경은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 "생각해보니 제 느낌을 표출 하는 게 맞을 것 같았어요.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어린 나이부터 복수를 다짐한 인물이 무슨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그 혼란스러운 심정을 그대로 담으려고 했죠. 많은 것을 가지고 연기했다기보다, 오히려 많은 것을 머릿속에서 비우고 한 것 같아요."

'수상한 그녀'의 성공 이후, 스포트라이트가 심은경을 비췄다. 어찌 보면 어린 여배우가 홀로 이끄는 작품에서 865만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었다. 대단한 성공 이후 그는 KBS2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를 차기작으로 택했다. 심은경에 대한 기대감은 혹평으로 바뀌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던" 때였다.

"연기할 때만큼은 너무나 행복한데, 거기서 벗어나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지?'라는 생각만 계속한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연기를 보여줘야 하고, 어떤 연기가 맞는 걸까. '난 열심히 하는데,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라고 생각하면서 그게 너무 답답했던 것 같아요."



손에 잡히는 것 없던 시간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연기를 잘하려고 접근해서 생긴 문제인 것 같아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돌아보며 깨달은 건, 제가 '나 자신을 살지 않았구나'라는 점이었어요. 연기하는 이유는 행복하려고 하는 건데, 그때 제가 행복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내가 좀 더 내실을 쌓고 다지는 게 중요 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홀로 훌쩍 도쿄 여행도 다녀왔다. 고민이 많아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막상 여행에 떠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디를 갈지, 지도를 보고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혼자서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상황이 되니 다 할 수 있구나"라고 뿌듯함도 느꼈다.

그리고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작품도 모두 택했다. 그래서 심은경은 '널 기다리며'를 비롯해 영화 '서울역', '조작된 도시', '궁합'의 촬영을 마쳤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보다, 그냥 단 하나의 마음으로 택한 작품들이다. "재밌고, 도전해 보고 싶어서, 연기해보고 싶어서." 그 시간을 보낸 뒤 지금의 심은경은 더 먼 길을 떠날 단단한 다리를 얻었다.

"이제 서기 시작한 것 같아요. 걸음마를 떼지도 않은 것 같고요. 지금이라도 좀 깨닫게 돼 다행인 것 같아요. 어쨌든 전 희주를 이렇게 그려냈고, 개봉 후부터는 제 범위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담담해 질 수 있는 거죠. '그래, 이제는 좀 괜찮은 것 같아'라는 생각을 스스로 해요. 그래서 마음도 편하고, 연기도 편해지고, (대중에게도) 더 진실 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널 기다리며'의 배우 심은경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04 김유근 기자 심은경은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복수를 꿈꾼 소녀 희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널 기다리며' 스틸컷. <사진제공=NEW>(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널 기다리며'의 배우 심은경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04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널 기다리며'의 배우 심은경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04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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