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 시저!', 코엔 형제 10년 간의 프로젝트
(서울=포커스뉴스) 믿고 보는 누군가. 그런 말에는 보통 배우를 떠올린다. 하지만 코엔 형제의 작품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관객은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헤일, 시저!' 메인 포스터에도 이를 의식하듯, 그 이름이 들어가 있다. '코엔 형제작품.'
'헤일, 시저!'는 1950년 할리우드 황금기를 배경으로 영화를 완성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 분)의 지휘 아래 캐피틀 픽쳐스의 스튜디오에서는 네 편의 영화가 제작 중이다. 그 중 '헤일, 시저!'는 가장 기대작이다. 당대 최고의 영화 배우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 분)이 주연을 맡았고,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는 점에서다.
쉽게 만들어지는 작품은 단 하나도 없다. 촬영 현장은 문제의 현장이다. '조나의 딸'에 출연 중인 디애나 모란(스칼렛 요한슨 분)은 스캔들을 가지고 있다. '즐겁게 춤을' 촬영장에서 로렌츠 감독(랄프 파인즈 분)과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 분)은 충돌한다. 그중 가장 큰 사건이 벌어진다. '헤일, 시저!'의 주연배우 베어드 휘트록이 납치된 것. 자신들을 '미래(the future)'라고 밝힌 납치범은 회사로 협박 메시지를 보낸다. 에디는 이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
'헤일, 시저!'의 상영시간 106분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다섯 편 이상의 영화가 등장하니 말이다. 배우도, 장르도 모두 다르다. 싱크로나이즈를 선보이는 '조나의 딸', 셰익스피어 희곡을 각색한 첩보 수사극 '즐겁게 춤을', 카우보이 영화 '게으른 달', 탭댄스의 신나는 뮤지컬 영화 '흔들리는 배', 그리고 로마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헤일, 시저!'. 코엔 형제는 캐피틀 스튜디오를 자신들의 놀이동산으로 만든다.
영화 각각의 영상미도 출중하다. 특히 '조나의 딸'에서 앞면은 빨강이고 뒷면은 노란색인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파란색 물 위에서 완벽한 균형미를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뮤지컬 영화 속 채닝 테이텀의 탭댄스 장면과 서부극 촬영 중 묘기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이는 엘든 이렌리치를 지켜보는 묘미도 크다.
영화에는 코엔 형제 식 익숙한 풍자도 살아있다. 영어의 라임을 살린 대사의 묘미나, 기자와 종교단체 등 스크린 안팎의 독특한 인물은 북적이는 할리우드를 유쾌하게 감싼다. 그러면서도 진지함도 슬쩍 숨겨놨다. 이들는 영화사에서 촬영적으로, 편집기법적으로 중요한 요소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촬영 현장에서 충돌하는 감독과 배우의 장면 다음에 높은 파도에 부딪히는 바위 장면을 병치하는 장면을 통해 몽타주 기법 등이 그 단편적 예다.
이 모든 것은 영화에 대한 존경이고 애정이다. 극 중 에디는 항공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사람은 TV의 등장 등의 이유로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 거라 말한다. 그리고 에디에게 묻는다. "당신네 영화판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에디는 영화 말미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린다. 아마도 그 답은 코엔 형제의 답이기도 할 것이다.
코엔 형제는 '헤일, 시저!'를 10년 전부터 준비해 온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이들은 데뷔작 '블러드 심플'(1984년)을 시작으로 약 30여 년간 영화를 만들어온 형제 감독이다. 각종 영화제 역시 이들의 행보에 집중했다. 칸영화제에서는 '바톤 핑크'(1991년)로 감독상과 황금종려상,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년)로 감독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에서는 '파고'(1996년)로 각본상,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석권했다.
화려한 수상경력보다 중요한 것은 코엔 형제가 영화를 바라보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헤일, 시저!’에 담겨있다. 영화가 자본주의의 도구라는 평을 받던 시절도, 영화의 내용에 종교의 비난을 받은 적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출연 배우의 스캔들도, 스캔들을 캐내려는 기자들도, 모두 현재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영화도 계속된다.
물론 영화에 대한 고민과 성찰 없다고 하더라도 '헤일, 시저!'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 배우들의 변신도, 영화 속 영화들도, 머리를 비우고 마냥 즐길 만 하다. 놀이동산에서 다양한 놀이기구를 맛볼 수 있듯이 말이다. 상영시간은 106분.조슈 브롤린,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등이 열연한 영화 '헤일, 시저!'가 국내에서 오는 3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헤일, 시저!'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UPI>'헤일, 시저!'에서 등장하는 캐피털 픽쳐스에서 제작 중인 영화 이미지. 사진은 '헤일, 시저!' 스틸컷. <사진제공=UPI>조지 클루니는 영화 '헤일, 시저!'에서 당대 최고의 영화 배우 베어드 휘트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헤일, 시저!' 스틸컷. <사진제공=UPI>스칼렛 요한슨은 영화 '헤일, 시저!'에서 인기 상승 중인 여배우 디애나 모란 역을 맡았다. 사진은 '헤일, 시저!' 스틸컷. <사진제공=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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