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채욱 "설악산 봉정암 부처바위를 아시나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13 17: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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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까지 아라아트센터에서 '인터뷰 설악산'전 열어
△ 인터뷰 하는 임채욱

(서울=포커스뉴스) "젊은 작가 양반이 대단하구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의 한 전시회장에 들어서니 관람객들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설악산을 인터뷰했다는 사진작가 임채욱을 향한 찬사다. 그는 지하 4층부터 지상 1층까지 5개층에 걸쳐 '설악산'이 고스란히 옮겨왔다.

◆일반인에 비공개된 봉정암 부처바위 모습 담아

"제가 설악산을 인터뷰했어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설악산한테 물어보지 않고 멋대로, 일방적으로 개발해왔죠. 설악산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시회 이름도 '인터뷰 설악산'이라고 정한거예요."

첫 마디부터 남다른 설악산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임 작가와 설악산의 인연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학여행 때 기념사진을 찍고, 수묵화를 그리며 설악산을 접했다. 이후 설악산은 임 작가에게 마음의 고향이 됐다.

"설악산은 뭔지 모르게 저를 이끄는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요. 설악산은 제 마음의 고향 같은 산이라고 생각해요. 호락호락한 산은 아니지만 제게는 기운을 충전시켜주는 에너지 저장소같은 산이예요."

설악산에는 부처님 모습을 꼭 빼닮은 바위가 있다. 봉정암 부처바위다. 임 작가는 봉정암 부처바위를 사람들에게 꼭 알리고 싶었다.

"설악산이 멋진 산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닙니다. 설악산에 부처님이 계시다는 걸 아무도 몰라요. 봉정암 부처바위는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무척 닮았어요. 조각으로 만든 부처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겨난 부처를 닮은 바위죠."

부처님을 닮은 바위와 옆에 합장하고 있는 손모양의 봉우리가 합쳐져야 진정한 부처바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서만 볼 수 있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봉정암 스님께서 주신 명함에서 부처바위를 보고 스님께 위치를 물었더니 출입금지구역 입구 쪽이었어요.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도한 끝에 몰래 올라가 결국 부처바위를 제대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찍을 수 있지만 아무나 표현할 수 없는 작업

임 작가는 작품을 한지로 프린팅한다. 보통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결이 느껴진다. 사진이지만 그림같이 느껴진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의 경험에서 탄생한 그 만의 작품이다.

"학창시절 한지 홈페이지를 만들 정도로 한지에 대한 애착이 많았어요. 산 작업을 하며 한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진을 프린트할 수 있는 한지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지의 보푸라기가 프린트 헤드를 막거나 색을 다 먹어버려 발색 효과가 떨어졌다. 임 작가는 국내에서 가장 큰 한지업체를 찾아가 프린트용 한지 제작을 제안했다.

"정부지원 프로젝트로 선정돼 2010년 파인아트 프린트용 한지를 공동 개발하는데 성공했어요. 저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이나 구름의 결을 한지가 가진 닥의 결이 표현해주길 바랬습니다. 종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죠."

전시장 지하 4층에는 한지에 인화된 사진을 구겨 입체감을 살린 봉정암 부처바위 작품이 있다. 지하 3층까지 2개 층에 걸쳐 전시된 거대한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진을 구겨서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임 작가가 한지를 사용해 가능한 일이었다. 구겨진 작품은 예상치 못한 오류에서 시작됐다.

"토왕산 폭포사진을 프린트하던 도중 에러가 나서 종이가 걸렸어요. 구겨서 구석에 던져놨는데 나중에 보니 종이가 울퉁불퉁한 바윗덩어리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렇게 한지를 구겨서 만든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로 봉정암 가치 훼손되지 않기를

임 작가는 설악산을 조사하면서 조선시대에도 설악산을 그린 화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설악산에 대한 글과 그림 작품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의미있는 성과였다.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가 흔들바위, 비선대, 외선대, 통왕성 폭포 등 네 점을 그렸어요. 화원 화가였던 김하종이 그린 설악산 그림도 있어요. 김하종은 조선시대에 설악산 거의 정상부까지 가서 그린 최초의 화가였죠."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임 작가가 겸재 정선의 스승인 삼연 김창흡의 기행문 '유봉정기'를 따라 설악산을 오르며 찍은 사진을 전시해놓기도 했다.

임 작가는 '인터뷰 설악산'전을 하반기쯤 선보이려 했다. 하지만 설악산 케이블카 이슈가 불거지면서 앞당겼다. 설악산의 숨어 있는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봉정암 부처바위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 뒤에 케이블카가 놓인다는 것도 잘모르고 있어요. 설악산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봉정암 부처바위가 사리탑이 아닌 케이블카를 향해 기도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신성한 기도처였던 봉정암이 성지순례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까 안타깝습니다."

임 작가는 전시가 마무리되면 다시 산에 오른다. 이번엔 북한산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걸 보여주면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일반인이나 대중들이 볼 수 없는 새로운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야하는 게 운명이니까요."(서울=포커스뉴스) 사진작가 임채욱이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인터뷰 설악산'을 선보이고 있다. 임채욱 작가가 포커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사진작가 임채욱이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인터뷰 설악산'에 전시된 봉정암 부처바위 전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사진작가 임채욱이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인터뷰 설악산'를 선보이고 있다. 임채욱이 포커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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