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뷰] '글로리데이'를 질주한다…지수-류준열-김준면-김희찬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15 10: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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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데이', 지수-류준열-김희찬-김준면(엑소 수호) 절친한 네 친구로 등장

'글로리데이', 스무 살 네 친구의 마지막 여행이 될 하루를 기록한 영화

(서울=포커스뉴스) 청춘(靑春). 얼마나 아름다울 때를 말하면, '푸를 청'(靑)에 '봄 춘'(春)자를 쓰는 말일까. 그런데 현실은 마냥 봄처럼 푸르고 아름답지 않다.

'글로리데이'는 바닷소리로 문을 연다. 눈부시게 태양이 쏟아지는 바닷가를 향하는 네 명의 친구들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담긴다. 용비(지수 분), 상우(김준면 분), 지공(류준열 분), 두만(김희찬 분)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숨 가쁘다. 이들은 어두운 골목길을 질주한다. 그 뒤를 쫓는 건 두 명의 경찰이다. 네 친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상우의 입대를 앞두고 떠난 여행길이다. 하지만 즐거운 때는 잠깐이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폭행당하는 여자를 목격하고 네 친구가 함께 구해낸 사건이 벌어진다. 영웅이 되어야 할 상황인데, 현실은 다르다.

사건의 경위를 모르는 경찰은 이들을 폭행범으로 잡아들인다. 뒤늦게 경찰서에 도착한 여자는 "나를 구해준 게 아니다"고 거짓 증언을 한다. 네 친구는 졸지에 여인을 구한 히어로에서 범죄 현장의 주범이 된다. "구해준 거라고요"라는 억울한 외침은 허공에 맴돈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치킨집에서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이들은 여전히 그냥 "이놈들"일 뿐이다. 얽히고설킨 사회 속에서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일 이들은 없다.

형사들에게는 한 달 사이에 처리해야 할 17건의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 설상가상 뒤늦게 도착한 이들의 보호자는 제 자식만 아니면 된다. 어른들에게 사건은 참 '빨리도' 이해된다.



제목은 '글로리데이'인데, 빛나는(glory) 때는 한 순간이다. 애당초 "에어백도 없는 차"에 오른 네 사람이었다. 용비의 "어른이면 어른답게 굴어요"라는 외침은 허공에 맴돌고, 점점 변해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것은 완충 될 에어백도 없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다. "너도 어른이 돼 봐, 그땐 아빠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이해할 거야"라는 말을 이해할 때까지 아마도 아픔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배우들은 참 글로리하다. 용비 역을 맡은 지수는 특유의 반항기 어린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특히, 물웅덩이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 공허한 눈빛은 인상 깊다. 류준열은 작품의 밀도를 높인다. 시종일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혹은 사건의 중심을 지나며 '어른(?)' 같은 말을 뱉어내며 마이크를 빈틈없이 채운다. 또한, 여성 관객에게라면 2층 아파트에서 내려올 때, 민소매에 드러난 류준열의 팔 근육은 보너스 장면이 될 것.

스크린에 처음 도전하는 엑소(EXO)의 리더 수호도 배우 김준면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최정열 감독은 김준면 특유의 선한 눈빛을 스크린에서 가장 잘 담아낸다. 다만, 세 친구에 비해 적은 분량은 팬으로 본다면 아쉬운 점이 될 수 있겠다. 김희찬 역시 내면 깊숙한 곳부터의 억울한 표정을 담아냈다. 두만에게 공감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청춘영화, 성장영화라고들 하지만, '글로리데이'를 그렇게 확정 짓긴 좀 어려울 것 같다. 보통 성장영화의 코드를 따르기는 하다. 집을 떠난 곳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돌아오는 길 위에 서는 것. 하지만, '글로리데이'의 캐릭터가 돌아오는 길이 옳은 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건을 관통한 친구들은 과연 어떤 어른이 될까, 이를 생각했을 때 마음은 더 먹먹해진다.

스무 살 네 친구의 이야기를 담지만, ‘글로리데이’는 이들에게 비친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정열 감독은 "점점 부끄럽고 시시한 어른이 되어가는 저를 발견했다"며 "'글로리데이'에는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청춘이 있다. 더는 그들을 망치지 않게 저(어른)의 비겁함을 기록하고 고백하고자 한다.

어른들의 민낯을 보고,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기억할 수 있도록"이라고 작의를 밝혔다. 부조리로 가득한 사회에서 비겁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어른의 민낯을 통해 경계하고자 함이다.

영화는 현실의 무게를 반영하듯 무겁다. 현실을 영화적으로 가장 어둡게 그린 측면도 있다. 네 친구의 앞모습은 바다를 향하고 있지만, 결국 관객과 마주한 모습은 너무나 아련하게 남는 뒷모습인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여행길에 오르며 차 안에서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에서는 우연히 '마귀들과 싸울지라'는 노래가 나온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매일매일은 아마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상영시간 93분.지수-류준열-김희찬-김준면(엑소 수호)가 영화 '글로리데이'에서 열연했다. 사진은 '글로리데이'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지수-류준열-김희찬-김준면(엑소 수호)이 영화 '글로리데이'에서 경찰을 피해 질주하고 있다. 사진은 '글로리데이' 스틸컷.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용비(지수 분)과 지공(류준열 분)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사진은 '글로리데이' 스틸컷.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지수-류준열-김희찬-김준면(엑소 수호)이 영화 '글로리데이'에서 바다를 향해 달리고 있다. 사진은 '글로리데이' 스틸컷. <사진제공=필라멘트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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