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오와 권방호, 친박계의 역습…친이계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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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접 기다리는 새누리당 대구 동구을 |
(서울=포커스뉴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휘두르는 공천의 칼날이 이번 공천 전쟁의 정점인 유승민 의원의 목 끝에 닿아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공천 지역에 대한 심사를 끝마친 채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의 발표만 미뤄두고 있는 것.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두고 친박(親朴)계와 비박(非朴)계는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다.
이같은 새누리당내 계파 갈등은 총선을 앞두고 매번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친박계의 주도로 MB계가 몰살당했다.
그보다 앞선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MB계의 주도로 친박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말그대로 '공천잔혹사(史)'가 이어지고 있다.
◆ 20대 신조어…이한구+최경환+권영세=이경세
이한구 위원장은 이번 공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친(親)유승민계 류성걸(대구 동갑)·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의원 등을 공천에서 배제한 데 이어, 유승민 의원까지 탈락을 예고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5선(選)의 이재오, 3선의 진영(서울 용산)·주호영(대구 수성을)·서상기(대구 북을) 등 중진 의원까지 가차없이 컷오프했다.
전례없는 공천 권한을 휘두르는 이 위원장을 당내에서는 '이경세'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경세'는 19대 총선 당시 친이명박(MB)계의 공천 학살을 주도했던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과 권영세 전 사무총장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신조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6일 이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고 국민 공천제 취지에 반하는 전략 공천의 성격을 지닌 결정이 있었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이 위원장은 이마저도 "바보같은 소리"라며 일축한 상태.
친박(親朴)계 최고위원들이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이 위원장을 우회 지원하고, 비박계 수도권 의원들이 공천에 대해 반발하며 김 대표를 지원하는 등 당내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 19대 공천…최재오와 권방호, 친박계의 역습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새누리당 내에 피바람이 불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과 당시 사무총장 권영세 전 의원 주도로 친박계에 의한 MB계 공천학살이 자행된 것. 당시 공천 진행 상황을 두고 18대 총선에 대한 '보복성 공천'이라는 말이 파다했다.
당시 최 의원과 권 전 의원은 김해진 전 특임차관, 권택기·진수희·강승규 전 의원 등 '친이계의 수장' 이재오 의원의 핵심 측근을 모조리 공천에서 배제해, '최재오'(최경환+이재오) '권방호'(권영세+이방호)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18대 공천에서 친박계에 '칼'을 휘둘렀던 이재오·이방호 역할을 19대에서 최경환·권영세 전 의원이 했던 것을 빗댄 독설이다.
19대 공천 당시 이재오 의원은 "밀실 자료가 반대자들에게 정치적 살인병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진수희 전 의원은 "권영세 사무총장이 내 지역구는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영세 전 의원은 "객관적 데이터에 의해 공정하게 평가한 결과"라면서도 "자료 공개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재오 의원은 "지금이라도 감정적인 보복 공천을 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해달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수족이 다 잘린 채 공천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공천이 마무리되고 난 뒤 "할 말은 많지만 가슴에 묻어두고 가겠다"며 "그러나 당은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천학살'의 시작 18대…박근혜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이같은 친박계의 친이계 학살은 예견된 것이었다. 이미 18대 총선에서 친이계가 친박계를 '공천학살'한 전례가 있었던 것.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3월, 갓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세를 업고, MB계 좌장 이재오 의원과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이방호 전 의원 등 MB계는 친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을 자행했다.
당시 친박계 좌장이었던 김무성 대표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기준·김재원·김태환 의원 등 친박계 의원이 대거 물갈이됐다.
박 대통령은 탈락한 친박 의원들과 만찬에서 "기준도 없는 표적 공천에 희생당한 여러분을 보니 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결국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졌고 이들은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로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시 상황을 "이재오 의원의, 이방호 사무총장에 의한, 이재오 의원을 위한 공천"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공천 후폭풍에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불출마할 의사를 표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출마를 강행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계파간 '공천잔혹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번 공천 갈등의 정점에 있는 유승민 의원을 향한 이한구 위원장의 마지막 칼날이 휘둘러질 것인지, 또 2020년의 총선에서 이같은 잔혹사가 반복될 것인지, 새누리당은 여전히 정쟁(政爭)의 한복판에 서 있다.(서울=포커스뉴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6.03.17 박동욱 기자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20대 총선 공천 신청자 면접심사에 참석한 유승민(왼쪽부터), 이재만, 최성덕, 허진영 대구 동구을 예비후보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2016.02.26 박동욱 기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16.01.29 박철중 기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6.03.09 박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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