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4·13 르포> 충남·대전은 어디로…대전 중앙시장 민심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24 0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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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앙시장 사람들, 여당 지지성향 강해

"새누리당 공천 파동…눈살 찌푸려져"

'제3당' 국민의당, "잘 모르겠다" 반응 많아

정당 보고 찍기보단 '대전을 잘 아는 사람'

(대전=포커스뉴스) "글쎄…" "비밀이여" "그건 말 못해유"

22일 오후 대전 중앙시장에서 만난 충청남도민, 대전시민들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그 이유는 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재차 물어도 대부분 굳게 입을 다물었다.

충청도 사람들은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다. 정치부 기자들이 민심르포를 할 때 취재가 가장 어려운 지역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론조사 업체들은 충청도에서만 오차범위를 ±5%에서 ±12%로 넓혀 잡는다'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충청도는 대한민국 총선·대선을 가릴 것 없이 수도권과 함께 '캐스팅 보트'로 여겨진다. 영남과 호남이 각자 정치색이 뚜렷한 반면, 충청도는 지역 정당이 없고 여야가 번갈아가며 집권한 까닭에 선거 판세를 결정짓는 지역으로 꼽힌다.

매번 선거 철이 찾아올 때마다 여야가 충청 민심 얻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청도는 이처럼 '알 수 없지만 중요한' 지역이다. <포커스뉴스>는 22일과 23일에 걸쳐 충청 지역 재래시장을 돌며 충청인들의 민심에 귀를 기울였다.

◆ "일단 여당 지지하긴 하는데…"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탓도 있겠지만, 대전 중앙시장 민심은 여당 지지세가 강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대전 중앙시장 상인 및 이용객들 열에 아홉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남았잖아." 대전 중앙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윤모(57·여)씨는 시장을 돌며 취재를 하던 기자를 불러 세우기까지 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씨는 "(대통령이) 일 잘하게 뒷받침하려면 새누리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찾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 살리려고 새마을 운동마냥 경제 살리려고 엄청 애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발목 잡으면 안 된다"면서 "(대통령) 일할 수 있게 이번에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윤 씨는 박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에 대해 "대통령이 아랫사람 공천 안해주고 그런 건 대통령 마음 아니냐"라며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일축했다.

그러나 아무리 대전 중앙시장 민심이 새누리당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해도, 윤씨 만큼 여당에 열광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기자가 만난 상인들은 여당을 찍을 의사를 밝히면서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40년째 의류 노점상을 해온 강모(72·여성)씨는 "나는 옛날 옛적부터 새누리당"이라면서도 "새누리당에서 이번에 사람 뽑는 거, 참 그거 말로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좀 그렇다"라고 언짢아하는 기색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랏일 하는 방식은 좋아하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엔 "이번 그 사건 때문에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고 답했다.

이후 만난 취재원들도 새누리당에 호감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진박(진짜 박근혜계) 마케팅' 행보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여당? 야당? 갈팡질팡하는 대전 민심

대전 중앙시장은 전반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하긴 했으나, 여당 지지자들이 야권 지지 가능성을 아예 닫아둔 것은 아니었다.

교직 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후 20년간 자영업에 종사해 온 이덕희(76·남)씨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자꾸 북한하고 가까워지려고 하고, 좋지 못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일침을 놨다.

그러나 이 씨는 안보 현안 하나만으로 투표할 정당을 고르진 않는 듯 보였다. 그는 대전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으로 "과학 분야에 국가적인 역량을 발휘해줘서 지역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야당이 과학 정책을 들고 나온다면 지지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 그러면 거기 찍어줘야지"라고 답하며 "야당이 과학 발전시켜서 이 나라 끌고가겠다고 하면 밀어줘야지"라며 지지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념보다 지역 현안 등 현실적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충청인들의 민심을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 또한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더민주를 지지해왔다는 박남희(44·여)씨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뒤흔드는 공천 파동에 피곤한 기색을 내비쳤다. 박 씨는 "솔직히 이번엔 너무 시끄럽다"며 "총선 투표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망설여진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중앙정치에 비판적이면서도 자신의 지역구 의원에 대한 호감은 유지하는 듯 보였다. 대전 서구에 거주한다는 박 씨는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이 잘 한다"며 "박 의원 때문에라도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지역구에 대해선 확실히 잘 한다"고 치켜세웠다.

◆ '제3당' 국민의당, 기대감 높진 않아

20대 총선은 충청 기반의 지역 정당 없이 치러지는 첫 국회의원 총선거다. 충청을 지역 기반으로 삼은 자유선진당은 19대 총선에서 5석을 얻은 뒤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합당했다.

자유선진당이 사라진 이후 20대 총선은 처음으로 양당구도 아래 치러질 뻔했으나,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하면서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2일 매우 이례적으로 중앙당 창당대회를 대전에서 열었다. 한현택 대전동구청장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지방정치인을 중앙정치 지도부에 포함시키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은 충청 민심을 얻기 위한 공략이었다.

그러나 이날 만난 대전 시민들은 안 대표와 국민의당을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건설현장에서 20년간 근무했다는 박상경(57·남)씨는 국민의당이 대전에서 창당대회를 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지)여론은 조금씩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첫 단계라 그런지 아직은 미미한 것 같다"며 "호감은 가지만 아직은 조금 더 더불어민주당 쪽에 (기운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단체복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공만복(60대·남)씨는 '제3당'의 가능성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 씨는 "한국 정당 역사상 3당이 나와가지고 제1,2당이 된 적이 없다"며 "어차피 제3당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안철수 대표의 '과학자' 이미지는 먹혀드는 분위기였다. 대전 시민들은 '카이스트가 위치한 과학도시'라는 대전 이미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 만난 사람들은 안 대표에 대해 "똑똑하다" "명석하다"고 말하면서도 "이번엔 잘 모르겠다" "경험이 많아야 한다" "과학하는 사람이 정치한다 그러면 안된다"라며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충청도 민심은 '오리무중'

'캐스팅 보트'로서 충청권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해졌다. 충남과 대전에서 선거구가 1석씩 늘어나면서 충청권(충남·대전·충북·세종) 의석 수는 총 27석이 됐다. 단순 의석수로 따지면 호남(28석)과 충청은 거의 비등한 비중인 셈이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은 대전 지역구 6개를 사이좋게 3개씩 나눠가졌다.

새누리당에선 이장우(대전 동)·강창희(대전 중)·정용기(대전 대덕)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선 박병석(대전 서갑)·박범계(대전 서을)·이상민(대전 유성) 의원이 대전 민심 바람을 타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러나 지난 총선 결과로 이번 선거의 판세를 예상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로 봐도 충청권 민심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충남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자에게 56.66% 득표율을 안겨준 반면 문재인 당시 후보자의 득표율은 42.79%에 그쳤다.

대전 또한 박근혜 당시 후보자에게 49.9 4%, 문재인 당시 후보자에게 49.70%라는 근소한 차이로 박 후보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기세등등하게 대전시장, 세종시장, 충남도지사, 충북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자리를 휩쓸었다. 불과 2년 만에 충청권의 표심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급반전된 것이다.

이처럼 지난 선거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충청은 정당 지지세가 유동적인 지역이라는 사실이다. 정당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정당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인물이 된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장모(60대·여)씨는 "정당을 지지하진 않는다"라고 말하며 "대전을 살릴 분을 뽑겠다"고 밝혔다.

장 씨는 '정책을 보고 뽑겠다는 거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멀리 살지 않고 대전을 아는 사람, 대전의 흐름을 아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인물'을 재차 강조했다.

대전 중앙시장은 이처럼 정당과 인물 간의 간극이 미묘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야의 총선 대진표가 확정된 지금,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대전에선 적합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심어 둔 정당이 표심을 얻는 데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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