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배우' 오달수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내 모습…반갑지만은 않더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26 14: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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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대배우'에서 무명배우 장성필 역 맡아 열연

"천만요정에서 주연배우로? 이만큼 열심히 임한 작품이 있을까…"
△ 천만요정 배우 오달수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오달수의 애칭 중 하나는 '천만 요정'이다. '암살', '국제시장', '변호인' 등 천만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국내 배우 중 최초로 1억 관객수를 돌파한 배우이기도 하다. 가까이에서 요정을 만나는 기분. 이를 채 느끼기 전에 오달수가 인터뷰 현장에 둘러앉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맥주 한 잔 괜찮으세요?"

요정이 아닌 사람 오달수를 만나는 자리였다. '대배우'라는 작품이 그랬다. 20년간 대학로에서 연극무대에 선 무명배우 장성필이 영화 촬영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오달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 역시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무대 위에 섰다. 과거형만은 아니다. 현재에도 그는 극단 신기루 만화경 소속이다. 무려 종신 대표로 말이다.

"좀 곤혹스러울 때가 있었어요. 촬영할 때 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니까. 캐릭터의 옷을 걸치고,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제가 나도 모르게 막 튀어나올 때가 두 세 장면 정도 있었거든요. 그때는 가면이 벗겨지죠. 장성필이 아니라 오달수가 나오는 거예요. 즐겁게 한다고 했지만, 그 속에 아픔이 있잖아요. 그런 모습이 얼핏얼핏 보이는 거죠.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중 한 장면은 장성필에게 극단 후배가 "대사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오달수는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으니까, 나도 모르게 시나리오에 없는 말들을 짓거리기 시작한 거죠, 신 내린 것처럼"이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그게 편집이 많이 됐어요. 사실 애드리브도 감독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OK'됐을 때, 촬영에 임하는 것이 예의죠. 근데 그런 것도 없었어요. 후배한테 '그게 어리석은 욕망'이라면서 얘기를 시작한 거죠. 영화 촬영이라는 게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각도를 바꿔서 다시 찍고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어떤 동작으로 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극 중 장성필은 설강식(윤제문 분)에게 "넌, 연기 XX 못해. 20년? 평생을 해봐라"라는 악평을 듣는다. 실제 첫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같은 장면을 98번 촬영하기도 한다. 실제 오달수도 연기를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을까?

"제 첫 촬영장, 욕먹은 기억밖에 없어요. '해적, 디스코왕 되다'라는 작품이었는데, 촬영 감독님이 연륜 있는 감독님이셨는데, 정말 열정적이셨어요. 제가 아무것도 모르니 '야 이XX야, 저거 어디서 데려왔지' 하시면서 '너 거기에 있으면 화면에 안 나온단 말이야'라고 알려주셨어요. 그런 가르침이 있었으니 이제는 화면에도 안 벗어나고.(웃음)"

장성필은 극 중 깐느 박(이경영 분) 감독의 영화에 캐스팅된다. 깐느 박 감독은 이름부터, 외모, 행동 말투에 이르기까지 박찬욱 감독을 연상케한다. 실제 오달수는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이후 두 번째 작품인 '올드보이'(2003년)에서다. 오달수는 '대배우'에서 깐느박 감독을 만났을 때, "푸근한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에 대한 추억담을 이어갔다.

"'올드보이'를 찍을 때, 박찬욱 감독님이 이런 디렉션을 주셨어요. '애매모호하게 연기 좀 해주세요'라고요.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애매모호한 디렉션 이잖아요. 관념적일 수도 있고. 그런데 저는 그 디렉션이 지금까지 받아본 디렉션 중 가장 디테일했다고 생각해요. 헤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한 마디에 캐릭터의 성격 등 모든 것들이 뻥 뚫리는 느낌."



'대배우'는 그의 첫 단독주연작이다. 오달수는 '대배우'를 돌아보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연기한 적이 있었을까 싶어요"라고 회상한다.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죠. 사실 감독이 정말 외로운 직업이거든요. 소품부터 의상 등 모든 것을 다 판단해야 하잖아요. 그런 감독의 유일한 조력자가 주연배우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힘들었던 거고, 그만큼 열심히 했던 거죠."

'대배우'가 끝나도 바로 일어나면 안 된다. 꼭 엔딩 크레딧을 보고 가길 권한다. 98년 무대에 선 '미남' 오달수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달수도 그 모습이 나올지 몰랐었다. 대본에는 '출연 배우들의 오디션 모습이 상영된다'고만 적혀 있었다. "저도 좀 감동을 받았습니다. 2016년 영화에서 다시 까마득한 그 시절로 데려다 놓는 자체가 감동이죠"라고 말한다.

"저는 지나온 시간 들이고, 겪었던 일들이니까요. 하지만 시작할 분들은 겪어야 할 일이죠. 후회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래도 저 스스로 연기만큼은 미련도 후회도 없이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중간평가하자면, 그렇다고요."(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대배우'의 배우 오달수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23 김유근 기자 '대배우'에서 무명배우 장성필(오달수 분)과 국민배우 설강식(윤제문 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대배우' 스틸컷.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리틀빅픽처스>(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대배우'의 배우 오달수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3.23 김유근 기자 오달수가 오는 3월 30일 개봉하는 영화 '대배우'에서 첫 단독주연에 나선다. 사진은 '대배우'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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