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뷰] '대배우', 처음 만나는 오달수의 눈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27 08: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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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무명배우의 삶을 다룬 영화 '대배우', 3월 30일 개봉

(서울=포커스뉴스) 천만 요정, 1억 배우. 오달수가 가진 애칭이다. '베테랑', '암살', '도둑들' 등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 속에서 그는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위에서 말한 애칭이다. 하지만, 오달수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배우'는 20년간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선 배우 장성필(오달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이기도 하지만, 세 가족의 가장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아내 지영(진경 분)과 아들 원석(고우림 분)이 있다. "나, 잘 때만 돈 얘기한다며"라는 원석의 투덜거림은 생활에 대한 다른 설명을 필요 없게 한다. 가족은 배우인 성필에게 짐 같은 존재다.

성필은 처음으로 영화 오디션에 나선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깐느박(이경영 분) 감독의 신작 '악마의 피'라는 작품이다. 주연배우에는 국민배우로 꼽히는 설강식(윤제문 분)이 캐스팅됐다. 20년 전, 성필과 같은 극단에 있던 선배다. 성필은 오디션에서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개 역할인 파트라슈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다.


이는 오달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달수 역시 1990년부터 연극 무대에 섰다.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가 그의 첫 스크린 진출작이니 약 12년간 장성필과 닮은 생활을 해왔을 거다. 오달수 역시 인터뷰에서 "두 세 장면에서 자꾸만 내 모습이 나와 힘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은 "대사를 하고 싶다"는 후배의 말에 대한 성필의 답이다. "그게 바로 배우들의 어리석은 욕망"이라고 말문을 연다.

'대배우'에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바치는 장면들이 많다. 설강식(윤제문 분)이 흑백 화면 속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상시키며, 살짝 김지운 감독을 닮은 모습도 지나간다. 또한, 오달수도 설강식 이름의 주인공인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작품 속 명장면을 선보인다. '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의 모습이 그것.

1억 배우이고, 천만 요정이지만 오달수 혼자 오롯이 한 작품을 이끌고 가는 것은 처음이다. 언론시사회 당일 "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한 그다. 부담감이 없었을 리 없다. 유독 그는 출연작 속에서 웃음을 담당했다. 오달수 특유의 말투, 행동, 그리고 의외성은 예외 없이 객석의 웃음을 이끌었다. '대배우'에서는 역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처음 만나는 오달수의 눈물이 있기 때문이다.


'대배우'를 연출한 석민우 감독은 인터뷰에서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시나리오에 '눈물 한 방울이 흐른다'라고 적혀있던 장면이었다. 석 감독은 "촬영 전 오달수가 와서 '꼭 울어야 하냐?'고 물어봐서 '억지로 울 필요는 없다. 감정만 전달되면 된다'고 답했었다. 그래서 눈물을 안 흘릴 줄 알았는데 촬영에 들어가니 눈물을 보이시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만족감도 덧붙였다. "오달수의 눈물 연기를 본 사람이 있을까? '대배우'가 처음일 것 같은데 너무 좋다."

'대배우'는 석민우 감독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석 감독이 데뷔작에서 '대배우'라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약 15년 동안 영화 촬영 현장에 있던 날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로 시작해 '친절한 금자씨'(2005년) 때부터 조감독으로 활약했다. 오달수를 캐스팅한 것도 그 시절이었다.

촬영 현장에 임하는 동시에,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대배우' 시나리오를 쓸 때, 아이가 태어났다. 그 역시 "만약 제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배우'를 끝맺지 못했을 것 같다. 저도 경제활동을 못 하는 가장이었기 때문에 성필 같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대배우'의 상영이 마치면 급히 자리를 뜨지 않기를 추천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상영되는 장면은 ‘대배우’의 의미를 깊이 담고 있는 부분이다. 작품에 임하고자 노력한 배우들, 그리고 과거 무대에 서있었던 오달수와 윤제문, 그 모두가 '대배우'라는 것. 3월 30일 개봉. 상영시간 108분.오달수가 영화 '대배우'에서 20년간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선 무명배우 장성필 역을 맡았다. 사진은 '대배우'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처스>'대배우' 속에서 장성필(오달수 분)이 속한 극단의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의 공연 모습. 사진은 '대배우' 스틸컷.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처스>장성필(오달수 분)이 아들 원석(고우림 분)을 업고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사진은 '대배우' 스틸컷.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처스>깐느박(이경영 분), 장성필(오달수 분), 설강식(윤제문 분, 좌측부터)이 캐릭터에 맞게 촬영에 임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은 '대배우' 티저 포스터.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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