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양당대결로 전략 수정
국민의당, 호남권 민심 '북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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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국회_ 여야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
(서울=포커스뉴스) 4·13 국회의원 총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3당이 선거전략에서 제각각 '화두'를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은 '엄살', 더불어민주당은 '일대일', 국민의당은 '바람'이다.
최근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 양상을 보면 야권이 단일화를 추진, 여야의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면 양측은 서로 자신들의 지지층을 투표소로 끌고 오기 위해 '엄살 작전'을 펴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그간의 선거 추세와는 다르게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지고 예상 외로 국민의당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권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으면서 정치권의 선거 전략이 변하고 있는 모양새다.
◆ "과반 어렵다"는 與…'집토끼' 노린 고전 전략
새누리당은 총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 180석을 목표로 내걸었다 슬그머니 내린 적이 있다. 오만해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거 상황이 여권에 좋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레 비상벨을 울렸다.
새누리당은 4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선거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약 80분 동안 긴급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는데 "자체 판세분석 결과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는 또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국가를 위해 국민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공천과정에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렸고 그 결과 전통 지지층이 많이 실망해 투표 포기가 심각한 상황이 됐다"며 "영남 지역에서도 지지층 이탈이 심하지만 수도권 지역은 투표를 안 하겠다는 지지층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5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20석, 국민의당이 40석 정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권 본부장은 "더민주의 경우 호남에서 고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수도권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희들이 보기엔 (더민주가) 120석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체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또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선전하고 있고 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걸로 봐서 한 30~40석 차지하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즉, 총 300석의 의석 가운데 160석을 야권이 가져갈 것이기에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2차 판세를 분석한 결과 저희 당에 대한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심각하고 또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과반수에 훨씬 미달한다"며 "핵심지지층, 즉 우리당을 지지하는 50~60대의 핵심지지층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2차 판세분석 때는 유선 전화에 무선 전화를 가미해 여론조사를 한 것"이라며 "젊은 층들의 의사를 조금 더 확실하게 알게 됐다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이 같은 비상국면 조장에 '집토끼'(전통적 지지층)를 잡으려는 엄살 작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안형환 대변인은 '투표의향이 여론조사 결과 구체적인 퍼센트로 나온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다소 머뭇거리면서 "여론조사라기보다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우리 지지층인 50~60대 층에서 생각보다 많이 빠진다고 밝히고 있다"며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답을 했다.
수도권의 야권 후보 난립으로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 일명 '어부돌이'가 대거 탄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인 상황에 갑작스레 '과반도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장선 더민주 선거대책본부장은 "새누리당에서는 과반도 간당간당한다고 얘기하지만, 엄살이고 3자 구도만 50군데가 넘을 정도로 접전지역이 늘고 있다"면서 "여당이 (목표의석) 180석을 얘기했지만, 그 이상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고정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 투표장에 나오게 하려는 정치권의 오랜 술책인 '엄살 부리기'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 더민주, 국민의당 무시 전략…일대일 희망
선거 초반 국민의당과의 단일화에 집중하던 더민주가 전략을 수정했다. 중앙당 차원에서 야권 단일화를 거론조차 하지 않고 국민의당을 무시한 채 여권과의 '일대일 프레임'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민주의 선거전략을 총괄하는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야권후보 단일화는 어려워진 게 아닌가 생각하고 이 문제에서 벗어나 이번 선거에서 정부·여당의 무능함을 제대로 적시하는 데 모든 당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또 "추후에 지역 단위 (단일화)가 이뤄지는 것은 존중하고 지원해주겠지만 (당 대 당) 단일화는 어려워졌다"며 "야권 단일화 때문에 야(野)-야(野) 간 갈등으로 선거가 비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단일화)는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여당과의 1대1 구도를 만드는 데 노력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철희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도 4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는 여야 대결로 가는 것이 맞는데, 최근 야야(野野) 대결만 부각돼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빠져있는 형국"이라며 "원래 선거 프레임인 여야(與野) 대결대로, 새누리와 더민주의 1대 1 구도로 끌고 가겠다"고 총선 전략을 공개했다.
이 실장은 이어 "(야권) 단일화라는 것을 선거 프레임으로 얘기하는 것은 지나갔다"며 당대 당 야권 단일화 논의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돼 야권 단일화가 물 건너간 만큼, 야권 단일화 이슈에 매몰되지 않고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실책을 심판하는 전략에 무게를 싣겠다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더민주의 지지율이 상승 국면이라고 강조하면서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향해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것은 사표(死票)라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현실적인 단일화에 실패한 만큼 심정적인 단일화라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실장은 "이 추세가 지속돼 좀 더 가파르게 상승세를 탄다면 흔히 보수적인 예상 목표 의석수로 말하는 110석보다 더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대체로 110석 플러스알파(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더민주의 호남 지지율 역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호남) 28석을 확보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는 어제의 일 같고, 오늘 이 시점에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대부분 지역이 박빙으로 돌아서 우리가 남은 기간 잘하면 절망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더민주가 선거 구도 전환에 나선 이유는 그간 국민의당과의 공방전으로 인해 새누리당만 득을 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선거전이 진행될 경우 대대적으로 내세운 '경제 심판론'도 희미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선택으로 읽힌다.
◆ '바람아 북상하라' 간절히 원하는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바람몰이 전략에 돌입했다. 호남권에서 불고 있는 제3당 바람을 북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야권의 텃밭이자 심장으로 통하는 광주·전남권에서 높은 지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실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광주와 전남권의 경우 다수의 국민의당 소속 후보자들이 더민주 후보들을 제치고 앞서고 있다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광주·전남권의 바람을 전북권을 통해 수도권까지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김영환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호남에서 최소 20석, 비례대표 10석 정도를 얻을 것 같다"고 전망하며 "호남은 제압됐고 녹색돌풍이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목표 의석수에 대해선 "호남에서 최소 20석에서 최대 24석까지를 (석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낙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수에 대해선 "현재 당 지지율이 15% 내외까지 상승했고 어떤 곳은 20% 가까이 가는 곳이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 봐선 비례대표 10석 정도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수도권 의석수에 대해선 "안철수 대표를 포함해 5~10석 정도 보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30~40석 사이, 최대 40석까지 가는 '녹색돌풍'이 이번에 일어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또 지난 주말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호남 방문을 통해 호남권에서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 하에 수도권 총력전에도 돌입한다.
조만간 호남 지역 지도부가 대거 수도권으로 상경, 선거지원을 하는 등 바람몰이에 주력하겠다는 방안도 마련해놨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박지원 의원 등의 호남권 지도부가 이번 주 중 수도권 지원 유세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여론이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야권에선 광주발(發) 여론이 수도권의 진보성향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쳐왔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호남권의 바람이 북상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모습이다.2016.03.28 조숙빈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원유철 원내대표,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2016.04.04 조종원 기자 5일 오후 경기도 평택역 앞 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평택지역 합동유세에 참석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 겸 선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16.04.05 박동욱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5일 오후 의정부시 금오동에서 정희영 의정부을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2016.04.05 김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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